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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 놓고 "등재 꼭 필요" vs "근거 부족"…팽팽한 공방(종합)

최종수정 2019.05.14 17:11 기사입력 2019.05.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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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오는 20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을 지정할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오는 20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을 지정할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게임이용장애를 가진 사람이 소수라고 해도 치료나 예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을 내릴 수도 없고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등재와 대책 수립은 꼭 필요하다."(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


"게임이용이 문제라면 그보다 상위 범주인 인터넷 사용에 대한 문제부터 질병 분류를 검토해야 한다. 명확한 근거 없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게임이용장애라는 항목을 질병으로 등재하기로 한 WHO 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주무 부처 간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의료계와 문화산업계를 중심으로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문제를 중심으로) 게임 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복지부와 문체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관계자들은 WHO 결정에 찬성과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WHO가 2017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할 것이라고 예고한 뒤 주무 부처 차원에서 비공개로 이를 논의한 적은 있으나 공론을 통해 부처 입장을 개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조근호 정신건강사업과장은 "게임이용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전체 게임이용자의 3% 안팎"이라며 "수치는 많지 않으나 이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이용장애는 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우려할만한 문제가 있는 일부에 적용하기 위한 장치"라며 "질병을 질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 과장은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은 게임 자체가 문제 요인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나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의 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의준 건국대 산학협력단 교수와 진행한 '게임이용자 패널(코호트) 조사 1~5차년도 연구'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는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등재 논의가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과 싸우기에는 부담이 돼 인터넷사용장애 대신 게임을 특정해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연간 매출액이 13조에 달하고, 8만명이 종사하는 산업이자 국가 수출액의 6%를 담당한다"며 "국민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자 문화콘텐츠 산업에 광범위하게 연계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오는 20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을 지정할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오는 20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을 지정할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보건의료계와 게임 이용자, 관계 부처 등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WHO는 오는 20~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이 사안의 승인 여부를 다룰 계획이다. 여기서 ICD-11이 초안대로 통과되면 5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거쳐 각 나라의 정책에 반영된다. 우리나라도 통계청의 코드 분류를 거쳐 2025년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이 항목을 반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복지부는 WHO의 방침이 확정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체부는 확신할 만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내세웠다. ICD-11의 승인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두 부처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다만 두 부처는 ICD-11을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과장은 "복지부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분류와 관련한 부작용이 있다면 당연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질병 등재 전후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관련 협의처를 만들어서 꾸준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 사안에 대한 찬반이 뚜렷하다.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규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사용자부터 고위험군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장애 수준의 환자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해 질병코드 분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게임과학포럼의 상임대표인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면)사회적 문제를 의사들의 활동을 빌어와 의료적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의료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으로 "ICD에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되면 이것이 과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자기통제력이 미숙한 행동을 정신병으로 규정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새로 질병코드가 분류되면 한동안 의료 수가의 통제를 받지 않은 비보험 치료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진 입장에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남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심리학 박사인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연구가 20년 이상 진행됐다고 하지만 ICD-11에서는 도박과 게임으로 발생하는 증상이 똑같은 것으로 나온다"며 "도박과 게임을 동일한 중독요인으로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게 적절한 접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학부모 입장을 대변한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게임과 게임중독은 구분해야 한다"며 "게임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국민과 청소년에 미치는 폐해는 커졌고, 학부모의 근심도 늘었다. 게임산업의 규제와 위축을 우려해 국민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동현(대도서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기성세대가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중독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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