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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 지독했던 시어머니 관 열어 보니…기묘한 풍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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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권 후보들, 대선 앞두고 조상 묘 이장하는 이유? “발복의 기운 받기 위해”
‘수맥’ 여부로 이장 여부 감정…“조상 묘에 수맥 흐르면 후손에게 우환 생겨”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큰일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조상을 명당에 모시면 정말 자손들이 발복(發福)하고 잘살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직접 묘지 감정과 이장 현장을 찾았다. 그래픽 = 이경도PD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큰일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조상을 명당에 모시면 정말 자손들이 발복(發福)하고 잘살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직접 묘지 감정과 이장 현장을 찾았다. 그래픽 = 이경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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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한반도에 처음 풍수가 들어온 시기를 학계에선 신라 후기 무렵으로 추정한다. 기록으로는 『삼국유사』에 소개된 선덕여왕의 개구리 일화가 있고, 인물로는 우리나라 풍수의 원조로 손꼽히는 도선국사가 신라 말기 사람이기 때문. 수천 년에 걸쳐 바람과 물로 대변되는 자연현상을 인간 생활 속에 적용해 편리함을 추구해온 풍수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정작 일반인이 가장 많이 듣는 풍수 이야기는 유력 대권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암암리에 조상 묘를 이장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풍수 전문가들 역시 양택(집, 회사 등 산 사람의 생활공간) 못지않게 음택(죽은 사람을 모시는 공간)이 산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후손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음택의 ‘명당’은 어디로 정하고, 또 이를 바꾸기 위해 단행하는 이장은 어떻게 진행되며, 이는 후손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묘지 이장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중 유튜브에 다수의 파묘 현장을 소개한 계정을 발견한 취재팀은 즉시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영상 속 주인공이자 수맥에 기초한 풍수 이론으로 묘지 풍수와 이장 여부를 감정하는 한국수맥연구소 남기인 소장은 하루 평균 2~3회 전국 각지로 현장 출장을 다니는 업계 ‘핫피플’ 중 한 명. 기자와의 약속장소 역시 충북 청주시 외곽에 위치한 묘지였고,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남 소장은 묘지 이장을 문의한 의뢰인과 함께 묘 주변의 풍수, 특히 수맥 여부를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보통의 풍수 전문가들이 주변 산천 형세를 살피거나 엘로드(수맥탐지봉)로 수맥을 감지하는 것에 반해, 조용히 눈을 감고 묘지 주변 주변의 기운을 느끼려 둘러보는 그의 움직임이 다소 눈에 띄었다.

남기인 소장은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는 바둑판 형태로 수맥이 흐르고 있으며, 묏자리를 잡을 땐 바둑판 안 쪽으로 잡아 수맥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 이경도 PD

남기인 소장은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는 바둑판 형태로 수맥이 흐르고 있으며, 묏자리를 잡을 땐 바둑판 안 쪽으로 잡아 수맥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 이경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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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소장은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는 바둑판 형태로 수맥이 흐르고 있고, 이 때문에 조상의 묏자리를 잡을 땐 바둑판으로 흐르는 수맥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맥이 가로세로 약 2.2.m의 간격으로 흐르고 있어 묏자리는 그 수맥의 안쪽, 즉 정사각형을 이루는 공간에 잡아야 후손이 발복할 수 있으며, 바둑돌을 놓듯 수맥이 열십(十)자로 지나는 곳에 묘를 쓰면 가문이 풍비박산 나고 우환이 생기게 된다고 경고했다.


묘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엘로드(수맥탐지봉)로 수맥의 흐름을 감지하는 남기인 한국수맥연구소장. 사진 = 김현우PD

묘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엘로드(수맥탐지봉)로 수맥의 흐름을 감지하는 남기인 한국수맥연구소장. 사진 = 김현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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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지 수맥은 바둑판으로 흐른다”


그렇다면 취재진이 찾은 묘지에 대한 남 소장의 감정은 어떻게 나왔을까? 합장묘인 해당 묘지를 둘러본 남 소장은 남좌여우(男左女右) 법칙에 따라 묻힌 두 시신의 가슴에 가로로 수맥이 흐르고 있으며, 여자의 경우 세로로 수맥이 흘러 십자 형태로 수맥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에 묘를 이장해야 한다는 말에 의뢰인은 잘 이해가 안 가는 눈치였지만, 이내 남 소장이 엘로드를 들고 앞서 기감으로 감지해낸 지점에 서자 정확히 탐지봉이 반응하는 것을 본 의뢰인은 고민 끝에 가족과 상의 후 이장을 결정했다.

몇 주 뒤, 이장을 결정한 묘지를 다시 찾았다. 포크레인과 전문 작업인력이 터 닦기 작업에 한창이었는데, 당초 묘 감정을 의뢰했던 A(81) 할머니는 첫 번째 방문 때와 같이 멀리서 묘지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에게 이장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묻자 묘지 감정을 마친 남 소장이 “무덤 속 조상이 자손들 앞길을 다 막고 있다”고 해서 마음을 먹게 됐고, “누구든 부모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본격적인 파묘가 시작되기 전 집안의 장손인 B(45) 씨가 조상 앞에 제를 올리며 의식을 치렀다. B 씨는 40년 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다시 뵙게 됐다며 마음이 무겁고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고 고백했는데, 그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냐 물으니 “내게는 아낌없이 다 해주셨던 분들”이란 답이 돌아왔다. 반면 A 할머니는 “(시어머니는) 참 지독했던 분이었다”며 “근검절약 정신이 투철해 집안 재산 단속은 철저히 하셨지만, 베푸는데 인색하고 나나 손아래 동서에게 참으로 모질었던 분”으로 기억했다. 그는 “그 양반(시어머니)은 질기고 지독해 관 안에서도 안 썩고 그대로 남아계실 것”이라고도 말했다.

가슴 쪽에 수맥이 흐른다던 부부 합장묘를 매장 후 40년 만에 파묘한 모습. 미이라가 된 시신의 상태를 본 현장 작업자는 "물이 수시로 들고 나느라 미라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진 = 김현우PD

가슴 쪽에 수맥이 흐른다던 부부 합장묘를 매장 후 40년 만에 파묘한 모습. 미이라가 된 시신의 상태를 본 현장 작업자는 "물이 수시로 들고 나느라 미라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진 = 김현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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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맥 흐른다던 묘지, 40년 만에 파보니 ‘미라’ 상태로 발견


포크레인이 봉분을 파헤치고 4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관 뚜껑이 걷히자 이내 미라 상태의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 관에 이어 할머니 관 역시 매장 당시 둘러드린 염주까지 온전한 형태의 미라로 나오자 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이장 일만 16년 째 해오고 있다는 작업자 중 한 명은 “물이 수시로 들고 나느라 뼈와 살이 제대로 탈골되지 못하고 미라가 된 것”이라 설명했고, 남 소장 역시 “매장 당시 나일론으로 된 천을 수의로 써 시신이 썩는 것을 방해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멀리서 시부모의 시신을 바라보는 A 할머니의 붉어지는 눈시울 속엔 긴 세월 동안 묻어둔 회한이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남 소장이 주장하는 바둑판형 수맥이론은 실제 묘지 풍수에 얼마나 적용되는 것일까? 현장풍수 전문가인 동방문화대학원 평생교육원 최길호 교수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 수맥이 없는 곳은 없으며, 다만 양택은 향(向) , 음택은 혈(穴)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혈자리가 잘못되면 수맥이 시신에 침범해 부식과 탈골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천 형세를 살펴 기운이 응집되는 혈을 제대로 짚는 것이 묘지 풍수의 핵심이며, 기감(氣感)으로 수맥을 감지해 이를 피하는 것은 부수적인 부분이자 재고의 여지가 있는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장의 효험을 입증하기 위해선 해당 묘주 가족들의 이장 이후의 삶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며, 이 일에는 과학계나 의학계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남 소장. 일반인보다 1천배 강한 기를 소유했다고 주장하는 그의 수맥 감정능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수백 회 넘는 강의를 진행했음에도 이렇다 할 전수자나 제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인의 능력에 멈춰있었다. 자신은 늘 의뢰자 집안의 상황, 특히 우환을 집중적으로 살펴 이장 전후 자손들 삶의 변화를 생각한다는 그의 말속에는 묘지 풍수의 중요성과 함께 입증하기 어려운 자신의 감정 능력을 설득하려는 의지가 녹아있었다. 그는 오늘도 전국의 묘지를 누비며 망자의 시신들을 마주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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