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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이 빚은 독특한 단색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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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작가[사진=학고재 갤러리 제공]

오세열 작가[사진=학고재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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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불행한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물질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신이 소멸해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포스트 단색화가’인 오세열 작가(72)는 후기 산업사회 이후 형성된 사회 병리현상에 대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다. 경쟁과 성장의 그늘 속에서 욕심에 찌들어버린 사람들을 불쌍히 여긴다.
1945년 서울 태생인 오세열 작가는 6·25 전쟁을 겪은 세대로 육체적·정신적으로 궁핍한 사람에게 애틋한 애정을 가졌다. 작품 속에는 팔, 다리가 하나씩 없는 불완전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인물 주위로 단추, 장난감 따위의 오브제를 늘어놓거나 숫자나 드로잉 낙서 같은 기호들을 새긴다. 쓸쓸한 인물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감싸 안고 싶다는 표현이다.

무제 Untitled, 2017, 혼합매체 Mixed media, 73x62cm(사진 왼쪽)/ 무제 Untitled, 2016, 혼합매체 Mixed media, 100x80cm

무제 Untitled, 2017, 혼합매체 Mixed media, 73x62cm(사진 왼쪽)/ 무제 Untitled, 2016, 혼합매체 Mixed media, 100x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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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는 하루 중 그림 그리는 시간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했다. 부모님이 도배를 새로 하면 그걸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려 혼난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 본능에 의존한 채 의식 속에서 무의식을 찾았다.

독특한 작품 세계는 대학 시절에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당시 구상 작품을 많이 그렸지만, 곧 진부함을 느끼고 형태를 파기하기 시작했다. 관습에 대한 저항의식이 생겨나면서 반추상적 형태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공고히 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서른아홉 살에는 파리, 피악(Fiac, 1984)에서 남관, 박서보, 김기린, 이우환 등과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프랑스 미술계인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한국 미술이 해외에 진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오세열 작품의 특징이라면 역시 단색 화면과 그 위에 드러난 기호로서의 인물, 숫자, 그리고 오브제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에 사용하는 배경은 대체로 단색이다. 단색을 통해 속내가 감추는 바탕을 만들고 관람객이 집중할 만한 소재를 작지만 분명히 표현한다.

캔버스를 ‘자신의 몸’이라고 말하는 그는 수양을 하듯 ‘몸’을 깎아내고, 상처를 낸다. 캔버스 위에 기름기를 뺀 유화 물감을 덧발라 두꺼운 바탕을 마련한 뒤에 붓 대신 면도날이나 칼로 표면을 긁어 이미지를 만든다. 계속 긁어내다 보면 가장 밑바닥에 있던 색도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전시장 전경[사진=학고재 갤러리 제공]

전시장 전경[사진=학고재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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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갤러리는 오는 22일부터 3월 26일까지 오세열 작가의 40년 작품 활동을 총망라한 개인전 ‘암시적 기호학(회화 50여점)’을 연다.

그는 서라벌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학고재상하이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치렀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대전시립미술관(대전), 프레데릭 R. 와이즈만 예술재단(로스앤젤레스, 미국)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6년에도 파리, 런던, 상하이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연이어 개최하며, 키아프, 상하이아트021 등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콜렉터들의 관심을 받았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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