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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컬렉터 기증 '덕종어보'의 귀환…"반환 모범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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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덕종어보 반환식에 자리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기증자 외손자인 프랭크 베일리씨, 킴멀리 로어샥 시애틀미술관장.(왼쪽부터)

1일 덕종어보 반환식에 자리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기증자 외손자인 프랭크 베일리씨, 킴멀리 로어샥 시애틀미술관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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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종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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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국 시애틀에서 덕종어보가 돌아왔다. 이 어보는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부친인 덕종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인장이다. 덕종어보가 해외로 반출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한 고미술 수집가의 기증으로 미술관에서 52년간 보관해 오다 이번에 고국의 품으로 귀환하게 된 것.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유물 조사와 반환 요청이 있었고, 미술관과 기증자 유족 측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이뤄진 어보 반환은 앞으로 불법 유출 문화재 반환에 모범사례가 될 것이란 평이다.
1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덕종어보 반환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그동안 덕종어보를 소장하고 있던 시애틀미술관의 킴멀리 로어샥(Kimerly Rorschach) 관장과 고인이 된 기증자의 외손자인 프랑크 베일리(Frank Bayley)씨가 참석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로어샥 관장과 반환 체결식을 가졌고, 베일리씨에게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돌아온 덕종어보는 위엄있고 단정한 모습의 거북뉴(龜紐, 거북 모양의 어보 손잡이)가 사각 인판(印板, 도장 몸체)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고 있으며, 거북의 눈과 코, 입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거북은 어보에서 자주 사용됐던 형상이다. 보문(寶文)은 6자로 '溫文懿敬王之寶'(온문 의경왕의 어보라는 뜻)라고 새겨져 있다. 더불어 어보를 잡기 편하게 하면서도 장식성을 더한 끈인 보수(寶綬)가 달려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은영 매듭장이 제작한 것이다. 전체 무게 4.45kg에 사각 인판은 가로, 세로 각각 10cm 크기다. 덕종은 세조의 장남이자 성종의 아버지로, 1455년 세자에 책봉됐으나 병약해 20세에 요절했다. 성종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덕종을 왕으로 추존하기 위해 이 어보를 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묘 영녕전 책보록'에 따르면 1471년 제작된 이 어보가 1943년까지 종묘에 보관돼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덕종어보가 반환되기까지는 한국문화재에 대한 기증자 유족들의 협조가 큰 몫을 했다. 우선 시애틀미술관에 덕종어보가 소장되기까진 고미술 수집가인 고(故) 토마스 스팀슨(Mrs. Thomas D. Stimson) 여사의 기증이 있었다. 스팀슨 여사가 생전 30여년간 수집한 예술품은 100여 점으로, 이 중 덕종어보는 그가 1962년 뉴욕의 한 아트딜러에게 구입해 이듬 해 기증한 작품이다. 베일리씨는 "1931년 외할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시애틀에 새로운 박물관이 설립되고 있을 당시 자신의 컬렉션을 기증키로 마음먹었다"며 "외할머니는 송나라 회화와 도자기, 고려청자와 백자 등 관심이 많으셨다. 그리고 기증은 또 하나의 문화재 복구라 여기셨는데, 이번 반환을 두고 매우 흡족해 하셨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베일리씨 역시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동안 한국에 25차례 방문했던 그는 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며 한미경제 우호협력을 위해서도 일해 왔었다. 또한 어보에 달려있는 끈인 보수 역시 그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베일리씨는 "인장 뒤에 뚫려 있는 구멍이 어떤 용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 때 다른 왕실 인장들을 봐왔고, 빨간 끈이 매달린 것을 확인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한국인 매듭장인에게 부탁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려 했다"고 했다.

문화재청과 미술관 측의 반환협조 과정에 대해 로어샥 관장은 "당시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단이 덕종어보를 보러 왔을 땐 미술관 관장으로 온 지 2년 반 정도 밖에 안됐을 때였다. 이 유물이 왕실인장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며 "조사단의 설명을 통해 이 어보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알게 된 이후, 어보를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에 미술관 이사회를 비롯해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덕종어보를 통해 성종의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심 뿐 아니라 유교국가 조선의 정신문화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문화재 환수에 있어 합법적인 수사공조에 따른 반환에 이어 아름다운 기증으로 반환되는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앞으로 유럽과 일본에 남아있는 문화재 반환에도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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