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연 11% 급등에도 "핵심 거점"
단순 생산기지서 '내수시장'으로 진화
무협 "기능별 비용·규제 대응 점검해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최근 가파른 인건비 상승과 규제 부담에도 현지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여전히 종합적인 비용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향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8일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의 경영 환경 변화와 대응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7일부터 9월 16일까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113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달러 환산 월 최저임금은 2010년 45.4달러에서 2024년 205.3달러로 뛰었다. 연평균 11.4% 오르며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현지 진출 기업의 92.0%는 사업을 철수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현지에 잔류하는 가장 큰 이유로 '타 국가 대비 비용 우위'(87.5%)를 지목했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비용 우위가 단순 인건비 수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현지의 높은 생산성과 원활한 인력 수급, 부품 조달 및 물류 인프라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다. 진출 목적에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베트남 진출 목적으로 '현지 내수 판매'를 꼽은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거점 확보'(50.4%), '제3국 수출'(38.9%), '한국으로의 역공급'(25.7%)이 뒤를 이었다. 베트남이 저임금 기반의 단순 생산 기지에서 유망 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중장기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향후 3~5년간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9.3%에 달했다.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12.4%)을 4배 이상 웃돌았다. 응답 기업의 71.7%는 베트남이 앞으로도 기업의 핵심 해외 거점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종별 편차는 컸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섬유·의류·신발 업종의 경우 악화 전망(53.8%)이 개선 전망(15.4%)을 크게 앞질렀다. 주요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현지 정부 규제(63.7%)가 1순위로 지목됐다. 인건비 급상승(62.8%), 인허가·통관·검역 절차 지연(54.0%) 등도 주요 걸림돌로 꼽혔다.
보고서는 변화된 현지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기능별 비용과 수익 기여도를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수·서비스 기업은 세부 소비자 조사와 시험 판매를 통해 시장 수요를 검증한 후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생산 기지 이전을 검토하는 제조 기업은 단순 인건비 절감액뿐 아니라 공장 설비 이전비, 인허가 재취득, 물류 및 납기 리스크, 품질 관리 비용을 면밀히 대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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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호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베트남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기존 입지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변화한 조건에 맞춰 운영 역량을 높이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비용우위나 향후 성장 기대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보다, 생산성·현지 수요·규제 대응 및 조직 운영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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