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 프로젝트로 위장해 일상 촬영
논란에 방송 공개 닷새 만에 프로그램 철회
덴마크 방송사 사과…출연자는 큰 충격
영화 '트루먼 쇼'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덴마크에서 한 코미디언이 영화 촬영에 참여한다고 믿고 4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했지만, 실제로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연기자로 참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AP통신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덴마크 현지 매체 등은 5일(현지시간) '영화 촬영인 줄 알았던 덴마크 코미디언, 대규모 TV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덴마크의 한 코미디언이 영화 촬영으로 알고 참여한 프로젝트가 그의 일상을 몰래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TV2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건의 주인공은 덴마크 코미디언 라스무스 월브리지다. 그는 오랜 창작 파트너인 마르틴 요하네스 라르센과 함께 공포 코미디 영화를 제작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4개월간 참여한 프로젝트는 덴마크 방송사 TV2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모두가 라스무스를 사랑한다(Alle elsker Rasmus·Everyone Loves Rasmus)'였다. 영화 기획과 촬영 일정, 제작진과 출연진까지 실제 영화 제작처럼 꾸며졌지만, 애초에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월브리지가 프로젝트의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약 150명이 촬영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는 덴마크 유명 연예인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영화 관계자나 출연자 역할을 맡아 월브리지를 속였다. 제작진은 거울 뒤편과 커피잔, USB 저장장치 등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했고, 그가 입은 옷에도 촬영 장치를 숨겼다. 월브리지가 영화 제작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업무를 논의하는 일상은 모두 방송용 영상으로 기록됐다.
프로그램은 지난 10월 26일 공개됐다. 그러나 시청자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TV2는 공개 닷새 만에 프로그램을 내렸다. 방송사는 제작과 편성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월브리지와 참여자들에게 사과했으며. 내부 조사에도 착수했다.
월브리지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충격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영화 프로젝트는 내게 큰 꿈이었기 때문에 100% 몰입했다. 그만큼 깊이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미디언으로서 왜 재미있는지는 분명히 알겠다. 실제 삶에서 '클론(Klovn)'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클론'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코미디 작품으로,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과 어색하고 곤란한 상황을 겪는 내용을 담고 있다.
TV2는 월브리지에게 방송 공개 전에 촬영의 진실을 알렸으며, 프로그램 공개를 거부할 권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개월 동안 영화 제작을 자신의 실제 꿈으로 여기고 몰입했던 출연자가 방송 공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오랜 동료와 가까운 지인들까지 속임수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심리적 피해와 신뢰 훼손 문제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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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는 월브리지가 진실을 알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 사용한 웃음소리도 앞부분에서 녹음한 음원을 재사용했다고 인정했다. 편집 과정에서 상황을 실제보다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덴마크 문화부 장관 제니아 스탐페 역시 방송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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