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540억 유로(약 85조7000억원) 규모의 긴축 예산안이 하원 1차 독회에서 찬성표를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채 부결됐다. 야당은 물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의원들마저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정국 혼란과 대규모 시위 속에 정부의 연내 예산안 처리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5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과 RFI에 따르면 전날 밤 예산안 세입 부분은 하원 1차 독회 표결에서 반대 458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야권뿐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집권당도 반대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지출 부분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예산안은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국방비 증액분을 제외하면 4.8%, 포함 시 5.0%까지 낮추기 위해 야심 차게 마련한 재정 절감안이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는 여소야대 의회 지형 속에서 각 정파가 세부 항목을 무더기로 수정하면서, 결국 여야 어느 진영도 만족하지 못하는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극우 국민연합(RN)은 "정부가 균형 있는 예산안을 작성하지 못한 탓"이라고 비판했고,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역시 "국민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예산안"이라며 날을 세웠다.
하원에서 부결된 예산안은 국회의 수정안이 모두 폐기된 채 정부 원안대로 상원에 넘어가 오는 20일부터 심의에 들어간다. 앞서 사회보장 예산안 역시 하원에서 부결돼 정부 원안이 상원으로 직행한 바 있다. 총리실은 상원 검토를 거쳐 12월 중 하원 토론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연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긴축 정책과 공공 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노동조합과 학생·사회단체의 대규모 파업 및 거리 시위가 이어지며 사회복지 지출 삭감에 대한 반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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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간 합의가 끝내 무산될 경우 정부가 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직권 통과시키는 헌법 특별조항(제49조 제3항)을 다시 발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코르뉘 총리는 취임 초기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으나, 타협이 결렬되자 과거에도 이 특별조항을 동원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하원 패싱'은 야당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로 직결돼 내각 붕괴와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의회를 건너뛰고 행정명령을 통해 예산안을 강제 집행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극단적인 선택지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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