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붕괴' 경고
주식 비중 20% 안팎으로 줄이고 현금 확보
선행지수 하락 땐 최소 1년 박스권 조정 전망
AI 거품·신용융자 부담…미국증시도 경고

국내 증시가 폭락세를 면치 못하며 6일 장중 5000선마저 붕괴한 가운데, 석 달 전부터 5000선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던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의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때 약세론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시장의 조롱을 받기도 했던 김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하자, 투자자들은 그의 시장 분석과 현금 중심 자산 배분 조언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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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부터 경고…"상승 동력 상실"

6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 3분 만에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9개월 만에 5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전날 역시 5.28% 하락한 5383.80에 장을 마친 바 있다.

증시 폭락 직후 국내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주식시장의 승자는 김영익"이라는 글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가 지난달 20일 한 경제방송에 출연해 "여기가 끝이 아니다. 추가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영상과 지난 8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현재의 코스피는 상승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코스피 5000선 붕괴를 언급했던 내용이 퍼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며 '한국의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 교수는 지난 7월부터 국내 증시의 하반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그는 당시 유튜브 채널 '김영익의 경제스쿨'에서 상반기 코스피가 101% 폭등한 점을 짚으며 '경기선행지수보다 5개월 앞서 움직이는 뉴스심리지수가 3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하반기 하락 조정을 예측했다.

지난 8월에는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재의 코스피는 상승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하락 신호로 꼽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고점과 저점이 낮아지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가 5000선을 밑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10월에는 코스피 저점으로 4500~5000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조정"…미국 증시도 경고

김 교수는 최근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 시장의 위험 요인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거품과 역사적 고점에 달한 주식 신용융자,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제가 겹칠 경우 시장 조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1.4% 안팎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국면에서 기업 이익이 줄고 주가가 조정받았던 과거 사례도 언급했다. 미국 증시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상당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선행지수 하락하면 20개월"…현금 확보 강조

김 교수의 투자 전략은 공격적인 저가 매수보다 위험 관리와 현금 확보에 무게를 둔다. 그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에서 경기선행지수의 흐름을 근거로 국내 증시의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선행지수가 한 번 떨어지면 약 20개월 정도 하락한다"며 "내년까지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소 앞으로 1년 정도는 박스권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런 국면에서는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 현금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도 투자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는 국면에는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을 20% 안팎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단기 채권 등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대로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주식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자산 배분 원칙이다.


투자 판단의 기준을 미리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낙관론에 휩쓸려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하락할 때는 공포에 밀려 저점에서 매도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통화량(M2), 일평균 수출액 등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분석 모델을 점검한다고 설명하며 투자자들에게도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기준"이라며 "투자자 스스로 하나의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의 단기 등락에 따라 매매를 반복하기보다 경제지표와 자산 배분 원칙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 기회 전망…"옥석 가리는 시기"

다만 김 교수는 6일 증시 급락 직후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에서 그는 "미 중간선거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 일정이 늦어질 수 있지만, 공사가 얼마나 늦어질지,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이 받을 주문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가 약했던 시기에 우리 주식시장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때가 많았다"면서 "연말까지 우리 증시가 여기서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내년 증시에서 기업별 실적과 경쟁력에 따른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은 불확실성의 시대다. 변동성이 높고, 그 가운데서도 많은 기업이 없어지고 살아남는 기업은 더 잘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무렵에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에는 정말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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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교수의 전망이 늘 적중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코스피가 3500 수준에 머물고 삼성전자 주가도 9만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스피는 올해 6월 9000선을 돌파했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김영익 반대로 투자하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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