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정산서·도로 표지판 사진으로 46년 전 취재길 추적
김제 우회·사남터널 검문…10주기 특별전서 이동 경로 재구성

1980년 5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어떻게 계엄군의 삼엄한 통제를 피해 광주에 들어왔을까.


46년 전 그가 남긴 출장비 정산서와 도로 표지판 사진이 당시 이동 경로를 되짚는 단서가 됐다. 기록에 남은 장소와 사진을 하나씩 대조하면서 그동안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광주 진입 경로를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위르겐 힌츠페터 사망 10주기 특별전 '기록은 계속된다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가 남긴 유산'의 전시장 모습. 김완중 기자

지난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위르겐 힌츠페터 사망 10주기 특별전 '기록은 계속된다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가 남긴 유산'의 전시장 모습. 김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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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광주 옛 전남도청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힌츠페터 사망 10주기 특별전 '기록은 계속된다-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가 남긴 유산'에서는 이 같은 분석 과정과 함께 그가 남긴 취재 기록과 유품을 살펴볼 수 있다.

힌츠페터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영상에 담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는 독일 기자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남긴 취재 앨범과 출장비 정산서다.

전시 해설에 따르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필름이 보관된 앨범과 함께 1980년 6월 3일 작성된 출장비 정산 관련 보고서가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당시 서울과 광주, 도쿄를 오간 여정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1980년 5월 힌츠페터가 광주로 향했던 이동 경로를 당시 취재 사진과 출장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전시 지도. 김완중 기자

1980년 5월 힌츠페터가 광주로 향했던 이동 경로를 당시 취재 사진과 출장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전시 지도. 김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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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준비 과정에서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촬영된 사진과 영상 속 장소를 대조했다. 특히 힌츠페터가 이동 중 촬영한 도로 표지판에 주목했다. 사진을 시간순이 아닌 실제 이동한 장소의 순서에 따라 배열하면서 광주까지의 경로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힌츠페터는 현재의 김제IC 부근에서 도로 통제를 피해 고속도로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촬영한 사진에 남아 있는 금산사·황산, 원평·감곡, 농소·영원, 상평·소성 등의 도로 표지판이 우회 경로를 추적하는 단서가 됐다.


광주로 향하는 길에는 계엄군의 검문도 이어졌다. 당시 사남터널(현 호남터널)에서 한 차례, 광주까지 26㎞·장성까지 10㎞가 남은 지점에서 다시 검문을 받은 것으로 전시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이후 서광주IC를 통해 광주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필름에서는 광주 운암동 고가도로와 운암주유소 등 당시 도심의 모습도 확인됐다. 전시장에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동 경로 지도가 마련됐다.


전시 관계자는 이러한 자료가 힌츠페터 개인의 취재 행적을 넘어 광주로 향했던 다른 외신 기자들의 이동 경로와 취재 활동을 연구하는 데도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취재 기록은 전시 1부 '오월을 되살리다'에서 만날 수 있다. 5·18 당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물론 슬라이드 필름에 촬영 당시 상황을 일일이 기록해 둔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힌츠페터가 보관했던 'CBS NEWS' 비디오테이프와 다큐멘터리 '광주의 짧은 봄'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편집 중간본도 전시됐다. 관람객들은 비디오테이프 실물과 함께 디지털화된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2부 '세계를 보다'에서는 힌츠페터의 생활공간을 재현하고 여권과 취재수첩, 타자기 등 유품을 통해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소개한다.


광주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사진도 선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농촌 풍경을 비롯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기록했던 그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오월을 잇다'에서는 힌츠페터가 받은 감사패와 각종 언론 관련 상패, 유족이 기증한 유품 등을 소개한다. 그의 이름을 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관련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힌츠페터가 남긴 사진과 영상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취재 과정에서 남긴 출장비 정산서와 도로 표지판 사진까지 당시의 발자취를 되짚는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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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전은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과 5·18기념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내년 3월 28일까지 이어진다.


호남취재본부 김완중 기자 kimo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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