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구원-장기이식연구단, 이식환자 2만6500여명 추적
좋지 않은 신장도 환자에게 맞으면 사망위험 58% 낮아져
AI·유전체 활용한 정밀 이식도 추진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신장도 환자의 특성에 맞춰 이식하면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사망 위험을 58%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가 하루 평균 8.5명에 달하는 가운데 기증 장기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고려해 배분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식 기다리다 하루 8.5명 사망…"기증장기 배분 기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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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연구원과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은 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신장·간·심장·폐·췌장 등 5개 장기 이식 환자 2만6571명을 12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KOTRY는 2014년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출범한 국가 단위 장기이식 코호트 연구사업이다. 현재까지 전국 88개 장기이식센터가 참여해 신장 1만5167명, 간 9058명, 심장 1349명, 폐 670명, 췌장 327명의 임상자료를 축적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등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24년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3096명으로 2020년 2191명보다 41.3% 증가했다.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지난해 370명으로 감소했다. 기증 가족의 동의율도 2024년 31.2%에 그쳤다.

연구진은 기증 장기의 상태뿐 아니라 이식받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예상 생존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증 장기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증자의 나이가 많거나 장기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식을 주저하기보다 실제 이식 후 생존 성적을 토대로 활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KOTRY는 우선 기증 신장의 상태를 평가하는 한국형 지표(K-KDPI)와 이식 대기자의 예상 생존기간을 평가하는 지표(K-EPTS)를 개발해 K-KDPI 70% 이상인 '확대기준 기증 신장'의 이식 성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40세 이상이면서 항체 감작이 없고 당뇨병이 없는 대기자는 해당 신장을 이식받는 것이 계속 기다리는 것보다 사망 위험이 58% 낮게 나타났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는 전체 대기자의 45.6%였다.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신장이라도 적합한 환자에게 이식하면 기다리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심장이식에서는 응급도 중심의 배분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에크모)에 의존하는 중증환자에게 심장을 우선 배정한다. 그러나 2014~2023년 심장이식 환자 1021명을 분석한 결과, 에크모 상태에서 이식받은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17.9%인 반면 좌심실보조장치(LVAD)를 사용했거나 별도의 연결 장치 없이 이식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각각 4.4%였다. 에크모 상태에서 이식받은 환자는 심한 초기 이식편 기능부전 위험도 3.7배 높았다.


고령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식 기회를 제한할 근거는 부족했다. 2015~2020년 심장이식 환자 628명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이라도 보행이 가능한 환자는 젊은 환자와 생존율에 차이가 없었다. 나이보다 실제 신체 기능과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 연구책임자인 양재석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2년간의 장기이식 코호트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 연구책임자인 양재석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2년간의 장기이식 코호트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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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양성 간도 이식 활용 가능

기존에 활용을 꺼렸던 기증 장기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연구도 진행됐다. 성인 간이식 환자 4265명 가운데 B형간염 표면항원 양성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은 20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 생존율과 이식 간 생존율은 음성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와 차이가 없었다. 현재 양성 기증자의 간은 양성 수혜자에게만 이식하도록 제한돼 있지만 감염 예방과 관리가 전제된다면 활용 범위를 넓힐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연구 성과가 곧바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명수 대한이식학회 회장(KOTRY 상임이사·연세대 의대 교수)은 "장기 배분 원칙을 바꾸려면 어떤 기준을 적용했을 때 대기 중 사망자가 줄고 이식 후 성적이 좋아지는지 충분한 자료를 모아 분석해야 한다"며 "미국은 수만 명을 10년 동안 추적해 근거를 마련한 뒤 배분 규정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과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정밀 이식의료 연구도 본격화한다. KOTRY는 신장이식 환자 4854명의 자료를 활용해 이식 후 1년 이내 사망과 급성 거부반응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를 분석하고, 신장 기증자 1074명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AI를 활용한 신장 피질 분석 모델도 개발했다. 향후 건강보험·사망·암등록 등 국가 공공데이터와 코호트 자료를 연계해 환자가 병원을 옮기거나 재이식을 받더라도 장기적인 예후를 추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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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책임자인 양재석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장기이식 코호트는 환자와 기증자의 삶이 담긴 자료를 축적하는 사회간접자본과 같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까지 연구에 반영하고, 축적된 자료가 실제 진료와 정책에 기여하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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