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가치관·직업관 바뀌어
과도한 업무·책임보다 퇴근 후 삶 집중

편집자주거대하고 복잡한 중국의 경제, 사회, 문화 방면의 재밌는 이야기를 파헤쳐 알짜배기만 쏙쏙 '압축 해제'해 드리는 연재 기획입니다.
"월급 더 받아도 승진은 절대 안 할래요"…좋은 자리 손사래 치는 中 직장인들[중국.zip]
AD
원본보기 아이콘

타인의 시선이나 불필요한 간섭보다 개인의 자유와 취미, 삶의 질과 만족을 우선시하는 중국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가치관이 직업관도 바꾸고 있다. 승진과 출세를 성공으로 여기던 분위기는 저물고, 과도한 직무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다. 개인의 성장이나 역량 개발보다 퇴근 후 삶의 만족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교사(선생님)는 좋은데 담임 맡기 싫어요"

AI생성이미지.

AI생성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2년간 개학 시즌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담임 기피 현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담임이라는 직함에 따르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실제로 담임 교사가 되면 아침 자습 감독, 숙제 검사, 수업안 작성뿐 아니라 각종 서류 작성, 출석 체크 등의 행정 업무가 과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학생 지도는 날이 갈수록 쉽지 않으며,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더는 못 버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권한과 책임은 막중하지만 정작 보상은 뒷전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SNS에는 "담임 선생님이 된 사람들은 인생의 모든 희망을 잃은 듯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고, 되지 못한 사람들은 기뻐하며 일주일 내내 파티를 열고 축하하고 싶어 한다"는 글이 달렸고, "담임 선생님이 되는 게 승진인가요?"라는 글에 "혈압이 올라갑니다"라는 댓글이 달려 화제가 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셀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셀스.

원본보기 아이콘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친한 동료 교사들 모두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다. 업무는 많고 아이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는 등 똑같은 말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수업 외에도 안전, 정신 건강, 가정과 학교 간의 소통은 필수고 다양한 외부 활동도 진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국 상관뉴스가 상하이 한 지역 담임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담임을 맡기 싫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초·중학교 담임교사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 파이낸스는 2일 최근 이런 현상을 두고 "담임 교사의 책임, 스트레스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가 고난과 역경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담임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을 직시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인 보장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관리보다 내 삶 관리 더 중요"

AI 생성이미지.

AI 생성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현지 SNS에서는 부서장의 승진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화제가 됐다. 또한 다른 승진 후 자발적으로 강등을 택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팀 전체를 관리하는 것보다 내 삶을 관리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중국 젊은 직장인들은 중간관리직의 높은 업무 강도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승진을 거절한다"면서 "책임과 업무 부담은 커지지만, 급여나 처우 개선은 그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95년생 이후 직장인들에게 이 같은 트랜드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거에는 승진이 곧 연봉 인상과 성공이라고 여겼지만,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70% 이상이 중간 관리자가 되기보다는 개인의 시간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직책을 선호하며, 일부는 중간 관리직을 오히려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 후 연봉은 20~30% 수준 상승하지만, 본인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IT·빅테크 기업 서버 당직자, 기업의 민원부서, 선임 연구원 등도 기피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경제 둔화와 취업난 속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분위기와 함께 탕핑(열심히 살지 않고 누워있기), 바이란(자포자기) 문화가 확산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AD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젊은 세대의 담임 교사, 승진 거부는 무기력증이 아닌 '합리적 자기 보호' '직장 관념의 재정의'라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는 "승진으로 얻는 급여보다 업무 책임과 스트레스, 야근 증가 폭을 냉정하게 계산한 결과"라면서 "젊은 세대는 직장을 개인 가치 실현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셀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셀스.

원본보기 아이콘

한편 실제로 젊은 세대는 퇴근 후 삶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3억 5000만 명의 사용자가 3000개 이상의 관심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70% 이상이 바느질, 식물 가꾸기, 펄러비즈(컬러비즈), 종이접기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고 있다. 등산이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조류 관찰, 낚시도 주목받고 있다. 현지 SNS 플랫폼에서 '조류 관찰' 관련 게시물은 조회 수 10억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표, 기차표, 전시회나 콘서트 티켓을 모으는 것도 인기다. 다양한 케이크나 와인 등을 맛보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