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고기에 빵까지 퍼주던 이 술집의 비밀 [맛있는 이야기]
19세기 미국에 존재했던 공짜 점심
술 파는 살롱서 손님들에게 음식 제공
짜고 텁텁한 스튜 먹여 음료 구매 유도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격언이다. 모든 경제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뜻을 담았지만, 사실 프리드먼이 말한 '공짜 점심'은 1900년대 초 미국 술집에 실존했다. 지금보다 먹고 사는 게 훨씬 팍팍했던 그 시절, 왜 술집들은 비싼 식사를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을까.
19세기 미국의 공짜 점심
'공짜 점심'이라는 용어는 1875년 미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에 실린 한 기사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NYT는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인기를 얻은 독특한 술집 서비스로 공짜 점심을 소개했는데, 일종의 술집인 살롱이 긴 식탁에 치즈, 냉육, 빵, 스튜 등을 뷔페식으로 깔아 놓고 공짜로 베풀었다는 것이다. 다만 술집 자리에 앉으려면 먼저 술 한 잔을 사야 했는데, 가장 저렴한 맥주 한 잔이 15센트(현대 기준 5000~8000원)였다고 한다.
뉴올리언스 살롱의 독특한 공짜 점심 문화는 곧 미국 전역에 퍼진다. 수많은 살롱이 경쟁적으로 공짜 점심을 제공했고, 일부 살롱은 큼지막한 쇠고기 덩어리를 구워 공짜 점심으로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선보이기도 했다. 살롱 문화는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 직전까지 이어지다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진다.
짜고 텁텁한 음식들…음료값 노린 판매 전략
그렇다면 왜 살롱 주인들은 손님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베풀었을까. 살롱은 미국 서부 개발 시대를 상징하는 주점으로, 주로 카우보이나 장거리 운송을 하는 마부, 노동자, 광부 등이 이용했다. 이들은 불타는 햇볕 아래에서 일하다가 저녁에는 살롱에 모여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피로를 해소했다.
살롱 주인들은 저렴한 맥주 한 잔에도 높은 가격을 매긴 것으로 악명 높았다. 뉴올리언스 살롱 주인들은 손님들에게 음료를 더 판매하기 위해 묘안을 냈는데, 그것이 바로 공짜 점심이다. 공짜 점심의 메뉴는 치즈, 소금에 절인 땅콩, 말린 염장육 등 술안주가 가장 흔했다.
또 살롱 공짜 점심의 대표 메뉴로 취급됐던 '포크 앤 빈즈' 스튜도 있었다. 포크(돼지고기)와 빈즈(병아리콩)를 합쳐 만든 스튜로 돼지비계나 베이컨, 불린 콩 등을 솥에 넣고 끓여 만든다. 당시에는 비쌌던 소금이나 설탕 대신 당밀(설탕 수수 시럽)로 간을 맞췄다. 손님들은 따뜻한 포크 앤 빈즈에 빵을 찍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는데, 이 음식은 1970년대 서부극 영화의 대표작 '내 이름은 튜니티'에 등장해 관객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이런 음식들의 공통점은 매우 짠 맛, 그리고 텁텁한 식감이다. 공짜 점심을 먹은 노동자들은 극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며, 결국 비싼 맥주나 음료를 연거푸 시키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공짜 점심의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금주법, 대공황과 함께 막 내린 공짜 점심
공짜 점심은 19세기 미국 사회 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각에서는 공짜 점심이 미국인의 알코올 중독을 부추긴다며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제 1896년 뉴욕주에선 주류 규제를 강화하는 '레인즈법'이 통과돼 공짜 점심이 금지됐다가 이듬해 재차 허용되기도 했다. 한편 영국 기자 윌리엄 T. 스테드는 미국의 공짜 점심을 빈곤층 복지 정책으로 이용해야 한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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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대상이었던 공짜 점심은 1920년대에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1920년 우드로 윌슨 행정부 당시 제정된 금주법으로 살롱 운영이 어려워졌으며, 또 1920년대 후반에 닥친 대공황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풍요의 시대는 막을 내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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