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성 한국국학진흥원 박사
"신청서는 원내 연구원 의견의 결과물"
"여성 전승 부각…현재의 쓰임도 중요"

"수운잡방은 현재도 쓰이는 살아 있는 고조리서입니다."


'수운잡방' 내지/국가유산청.

'수운잡방' 내지/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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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성 한국국학진흥원 박사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신청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뤘다고 밝힌 논지다.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위원회(MOWCAP)는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가기록원에서 연 제11차 총회에서 남성의 기록에 여성의 조리 기술이 이어진 조선의 고조리서 두 권의 아태 지역목록 등재를 결정했다.

신청서 집필을 맡은 홍 박사는 "우리나라 기록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기회가 되어 뿌듯하다. 인사이동과 무관하게 등재 추진 성과를 이어 갈 만큼 기관 역량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확인한 점도 기쁘다"고 말했다.


신청서는 개인의 작업이 아니었다. 홍 박사는 2024년부터 등재 추진 업무를 맡아 의견 수렴에 비중을 뒀다. 그는 "등재신청서는 연구자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원내 연구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음식디미방' 내지/국가유산청.

'음식디미방' 내지/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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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의 논리에는 앞선 탈락이 반영됐다. 국내 국제목록 공모에 신청했다 떨어진 전례가 있어 기존 논리를 고치고 검증해야 했다. 아태 지역목록을 먼저 추진한 데에는 국제목록의 사정도 작용했다. 홍 박사는 "국제목록은 국가 간 경쟁이 크고 한 건만으로는 등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운잡방에 음식디미방을 더한 판단은 원내 토론에서 나왔다. 두 고조리서는 이전부터 지역의 기록유산으로 함께 언급돼 왔다. 다수 연구원이 지역 문화의 계승과 변화를 보여주고 여성 참여가 두드러진 한국 고조리서의 특색을 드러내려면 음식디미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기관이 이를 수용했다. 두 책이 보관된 곳은 다르다. 수운잡방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돼 있고, 음식디미방은 경북대 도서관이 소장한다. 국학진흥원은 신청에 앞서 각 소장처의 동의를 얻었다.


한 건으로 묶어 신청한 만큼 요건 입증이 필요했다. 신청서는 수운잡방의 진정성을 저술 구조로 뒷받침한다. 전편은 '탁청공유묵', 후편은 '계암선조유묵'으로 구분된다. 탁청공은 김유, 계암은 김령의 호다. 김유가 쓴 부분은 그의 생애를 근거로 1540년대로 추정하고, 김령이 보탠 부분은 1610년대로 본다. 일부 보도의 '1500년대 초'는 16세기 전반을 넓게 가리킨 표기로 보인다.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신청서의 공식 표기는 1540년대다.


홍현성 한국국학진흥원 박사/본인 제공.

홍현성 한국국학진흥원 박사/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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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성도 근거는 분명하다. 홍 박사는 "완전성은 문헌의 훼손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운잡방은 저자와 집필 시기, 집필 장소가 구체적이고 저자 수고본이며 손상 없이 전한다. 항목 수는 121개와 122개로 엇갈린다. 술 빚는 법의 '우법(또 다른 방법)'을 어떻게 세느냐에 따른 차이다. 국가유산청은 122항목으로 봤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잇는 고리는 혼맥이다. 재령이씨 이시명의 첫째 부인은 김령의 6촌 조카인 광산김씨였다. 이시명은 부인이 숨진 뒤 안동장씨 장계향과 재혼했다. 이 계보는 족보와 김령이 쓴 '계암일록'에서 확인된다.


두 책은 조리법에서도 겹친다. 공유하는 품목은 주류 6종과 요리 1종이다. 증류주는 진맥소주(음식디미방의 밀소주) 1종이다. 발효주 5종은 남경주(음식디미방의 남셩주), 동양주, 감향주, 백화주, 삼오주다. 요리는 치저(꿩김치)다. 세부를 견주면 증류주는 같고 발효주는 차이가 난다. 진맥소주와 밀소주는 표기만 다를 뿐 핵심 공정이 일치한다. 발효주는 쌀의 양이 서로 다르고, 음식디미방에 쌀이 더 많이 들어간다.


마이카 반덴드리세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자원총괄실 MOWCAP 담당이 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가기록원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MOWCAP) 제11차 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경상북도.

마이카 반덴드리세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자원총괄실 MOWCAP 담당이 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가기록원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MOWCAP) 제11차 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경상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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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는 증류주는 지역적 중요성과도 맞닿는다. 중심에는 증류 기술과 여성이 있다. 두 책은 들어온 기술이 현지화한 경로를 보여주고, 음식디미방에 이르러 여성에 의해 개량·확장됐음을 드러낸다. 홍 박사는 기술이 퍼지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주도적이었으리라 본다. 문헌에도 여성의 몫이 드러난다. 음식디미방은 여성 후손을 조리 지식의 전승자로 명시한다. 신청서는 이를 토대로 희귀성을 검토했다.


검토는 두 층위의 비교로 진행됐다. 조선 내부에서는 '산가요록'과 견줘 두 책의 고유성인 기술의 현지화와 여성의 전승을 부각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조리서 전반과 20세기 초 증의(曾懿)의 '중궤록', 일본 센바 겐고(千馬源吾)의 '연중번채록(年中番菜錄·1849)'을 등장 시점에서 대조했다.


비교에서 이에 못지않게 비중이 큰 논지는 남녀 협력이었다. 신청서에는 여성의 지식과 실천 기술을 정리해 전승·보급하려는 노력을 남녀가 함께 일찍부터 기울였다고 적혀 있다. 수운잡방은 남성의 기록에 현지화된 여성의 실천 기술을 아우르고, 음식디미방은 남성의 기록인 수운잡방과 여성의 실천 기술인 장계향의 조리법을 종합했다고 봤다. 홍 박사는 "다른 나라 조리서와 비교하기 쉬운 대목이라, 희귀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제시해 비중 있게 다뤘다"고 설명했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목록 등재를 이끈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이종길 기자.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목록 등재를 이끈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이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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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지는 기록의 내용에 그치지 않았다. 현재의 쓰임도 함께 내세웠다. 국가유산청은 수운잡방을 토대로 복원한 진맥소주가 국내외에서 유통된다고 설명하지만, 홍 박사의 강조점은 다른 데 있다. "소주 한 품목보다, 이를 포함한 수운잡방 요리가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안동시가 여는 행사에서는 수운잡방의 음식과 주류를 맛볼 수 있다. 한식에 관심 있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와 호평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활용 사례는 지역 공동체가 거듭 전승해 온 노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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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 뒤에는 활용 계획이 이어진다. 첫 사업은 기념 특별전이다. 홍 박사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빌딩에서 소규모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산업화 같은 장기 활용 계획은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맡으리라 추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록유산과 기탁자는 물론 기관과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외 홍보 효과까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카르타=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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