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국내 도서 대량 구매 논란에 국회서 답변
한강·황석영 등 한국 작가 21종 美 저작권 합의 대상
책 구매와 AI 학습 허락은 별개…제도 보완 필요성 인정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한국 도서 대량 구매와 무단 학습 논란에 대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행법상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저작권자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된 정황이 확인된 데 이어 수십만권 규모의 한국 도서가 미국으로 수출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출판물의 AI 학습 이용을 둘러싼 저작권 보호 문제가 국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측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측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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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관은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앤트로픽의 국내 도서 대량 구매 및 AI 학습 문제에 대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현행법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AI 학습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앤트로픽은 생성형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미국 기업이다. 최근 국내 도서유통업체 웅진북센을 통해 한국어 도서를 대량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판계의 반발이 커졌다.

수출입 선적 기록 분석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웅진북센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진 도서가 약 166t에 이른다는 내용도 나왔다. 책 한 권의 무게를 평균 400g으로 가정하면 약 41만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도서 조달에는 미국 유통업체 베터 월드 북스(Better World Books)가 관여했으며, 웅진북센은 앤트로픽과 도서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구매 도서의 전체 목록과 개별 도서의 학습 활용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의 저작권 문제는 앞서 미국에서 진행된 작가들의 집단소송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미국 법원은 2025년 6월 앤트로픽이 합법적으로 구매한 종이책을 스캔해 AI 학습에 활용한 행위를 공정이용으로 판단했다. 반면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도서를 확보해 보관한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앤트로픽은 작가들과 총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합의에 이르렀고, 올해 7월 미국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합의 대상 작품은 약 50만종으로, 작품당 보상액은 약 3000달러 수준이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보상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달 앤트로픽 저작권 소송 합의 사이트에서 국내 작가의 작품 21종을 확인해 해당 작가들에게 관련 사실과 구제 방안을 안내했다.


목록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황석영의 '손님', 김영하의 '빛의 제국',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포함됐다. 해당 작품들은 영문판 등 해외에서 유통된 저작물로, 이번 국내 종이책 대량 구매와는 별개의 불법 복제본 확보 사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AI 학습용으로 의심되는 도서 대량 구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에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업체 10곳에서 업체별로 약 10만종의 도서를 한 권씩 구매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교보문고는 구매 목적과 최종 납품처가 불분명하고 AI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납품을 거절했다. 예스24 역시 지난 8월 미국 유통업체로부터 중고도서 대량 구매 문의를 받은 바 있다.


출판계는 책을 정상적으로 구매했다고 해서 저작물을 AI 학습에 복제·활용할 권리까지 자동으로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적법하게 판매된 책의 재판매를 허용하지만, 이를 디지털 파일로 복제하거나 AI 학습에 이용하는 행위는 별도의 저작권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공정이용 여부와 이용 허락의 범위, 해외 사업자에 대한 권리 행사 방법 등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서점과 출판사, 도서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AI 학습용 의심 도서 구매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출판인회의도 '책이 없으면 AI도 없다(No Books, No AI)'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AI 기업의 학습데이터 이용 내역 공개와 저작권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출판계가 요구하는 핵심은 AI 학습에 사용된 도서의 출처와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저자와 출판사가 자신의 책이 어떤 AI 모델에 활용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용 허락 여부를 결정하거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도 AI 학습데이터 이용과 저작권 보호를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해 왔다. 문체부는 저작권자와 AI 개발사,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학습데이터 공개, 적법한 이용 권한 확보, 저작물 거래 활성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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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관은 이날 현행법의 한계를 인정하며 국제기구와의 논의를 포함한 대응 방안 마련 필요성을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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