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서울시의사회·대전협 등 일제히 성명
보안인력·비상대응 체계 전면점검 촉구
"의료진 안전해야 환자 진료권도 보장"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발생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흉기 피습 사건과 관련해 의사단체들이 일제히 진료 현장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후 처벌 강화에만 그치지 말고 보안인력과 비상신고체계 등 예방 중심의 안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서울특별시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5일 각각 입장문을 내고 전날 발생한 세브란스병원 교수 피습 사건을 규탄하며 정부와 국회에 실효성 있는 의료진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이 이른바 '임세원법'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자신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건 이후 의료기관 내 폭력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가 도입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사후 처벌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여전히 의료진이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진료실이 언제든 흉기 난동과 폭력에 노출되는 위험 공간으로 방치된다면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의료진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 속에 현장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실 폭력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은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이라며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의료기관 내 폭력이 의료진 개인의 피해를 넘어 다른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까지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폭력에 노출돼 정상적인 진료를 중단하면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정부와 국회에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와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흉기 반입과 폭력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안인력과 비상신고체계, 경찰 연계 시스템 등 실질적인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에는 이번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가해자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전협은 현행 의료기관 보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안인력 배치와 비상경보장치 설치가 법으로 의무화됐는데도 병동과 외래 등 의료현장 곳곳에서 폭력과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와 의료기관이 보안 조치의 이행 실태와 비상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점검 기준도 서류상의 인력 배치나 장비 설치 여부가 아니라 실제 위급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피와 지원이 가능한지에 맞춰야 하고, 폭력 피해를 본 의료인이 치료와 회복, 법적 대응 과정에서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의료기관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전공의 등 수련 중인 의료진의 보호 문제를 강조했다. 전공의는 환자와 보호자를 가장 먼저 대면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소수 인력으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 폭력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고도 수련상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거나, 피해 이후에도 업무 조정 없이 같은 현장으로 복귀하는 일이 없도록 수련병원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더욱이 응급실 폭력의 경우 처벌 대상 장소 확대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외래와 병동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다른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처벌 강화의 범위를 진료가 이뤄지는 모든 공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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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료진 보호가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에 대한 낙인이나 진료 기회 제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전협은 "처벌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폭력이라는 행위여야 한다"며 "의료진 보호와 환자의 안전한 치료환경 조성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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