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과세관련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준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 이 부총리,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재정경제부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를 오는 2029년까지 2년 더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손실 이월공제도 3년까지 허용해 일정 기간 손익을 통산해 과세하는 보완책도 추진한다.
재정경제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소득과세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세 시행일을 2027년 1월에서 2029년 1월로 변경하고 손실 이월공제를 3년간 허용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이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따른 변화를 과세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50만원을 넘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로 분류해 22%(지방소득세포함)의 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돼 2022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과세 인프라 미비에 대한 비판과 투자자 반발 등으로 시행 시기가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유예돼 내년 1월1일 시행이 예정돼 있었다. 정부는 '내년 초 과세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지난 7월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담지 않았으나, 지난달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듣겠다며 신중론으로 돌아선 뒤 최종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 부총리는 "그간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하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과세를 추가 유예한 배경으로 '과세 인프라 미비와 과세 형평성'을 들었다. 현재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과세 당국이 취득가액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를 보완할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카프) 협정이 내년 시행되지만 정작 최대 시장인 미국은 2029년에 참여한다.
이 부총리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과세할 경우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이번 시행시기 조정은 국내외 거래에 대한 과세의 실효성과 납세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 신뢰할수 있고 안정적인 과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주식 비과세와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 손실 이월공제도 3년까지 허용한다. 코인 등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일정기간 손익을 통산해 과세하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감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첫해 4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이후 3년간 1000만원을 벌었다면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 3000만원이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만 상계할 수 있고, 남은 손실을 다음해로 넘길 수 없도록 해 첫해 4000만원 손실을 보고 이듬해 1000만원을 벌어 실제 3000만원의 손실을 봐도 1000만원(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750만원 기준)에 대해 세금을 내야 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도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도 2028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손실에 대해 3년간 이월공제를 허용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더 이상 손실 이월공제가 가상자산 과세의 논란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예 조치와 함께 처리되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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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간 목소리도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총리는 "이 워킹그룹을 통해 과세제도 합리화,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검토, 신고 편의 제고 등 과세 시행 준비와 함께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을 위한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나가겠다"며 "조속히 워킹그룹 출범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 논의를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세부 과세기준은 2028년 상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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