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상상도 못 했다"…다이소 매대 싹 다 털어간 대란의 정체[지금사는방식]
다이소 별 저금통 매출 400% 증가
치이카와 극장판 흥행에 수요 몰려
정식 굿즈 품귀에 'DIY 덕질' 주목
"매장을 세 곳이나 돌았는데 구경도 못 했어요."
서울 중구의 한 다이소 매장 진열대 앞. 별 모양 저금통이 놓여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다. 매장 직원은 "입고되는 족족 나가버려 창고에도 재고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단돈 2000원에 불과한 플라스틱 저금통 하나를 구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전국 매장 곳곳에서 발품을 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품귀 현상의 중심에는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가 있다. 지난 9월3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인기를 끌면서 팬들이 다이소 생활용품을 직접 굿즈로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정식 굿즈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저렴한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굿즈를 만드는 소비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0원 저금통의 변신…매출 400% 폭증
소비 현장에서 확인된 '별 저금통'의 매출 지표는 폭발적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의 '별 모양 저금통' 10월 매출은 전월 대비 약 400% 급증했다.
인기의 배경에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비슷한 외형이 있다. 팬들은 저금통에 그려진 눈과 입을 마커펜 등으로 지운 뒤 펜으로 그림을 더해 작품에 등장하는 별 캐릭터처럼 꾸민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라온 '치이카와 별똥별 만들기' 영상은 조회 수 283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단순 개조에 그치지 않고 내부 조명을 넣어 무드등으로 활용하거나 인형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생활용품이 팬들의 손을 거쳐 자신만의 굿즈로 바뀌고, 이 과정이 다시 사회관게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면서 제품 구매로 이어진 셈이다.
정식 굿즈 구하기 어려워지자 생활용품으로…신발 집게까지 품귀
팬들이 생활용품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정식 굿즈의 품귀 현상도 자리하고 있다. 높은 인기 탓에 공식 굿즈는 입고 직후 매진되기 일쑤이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리셀가가 정가의 수십 배까지 치솟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몬스터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토벌봉'을 모티브로 한 공식 볼펜 굿즈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일찌감치 품절되자, 팬들은 대안으로 다이소의 '논슬립 U자형 롱집게(신발 정리 집게)'에 컬러 클레이를 감싸 '나만의 토벌봉'을 만드는 묘안을 냈다.
이를 반영하듯 해당 제품의 매출은 극장판 개봉 전 2주 대비 개봉 후 2주간 약 50% 급증했다. 주요 도심 매장에서는 모바일 앱 재고 조회 결과 대다수 지점에서 '일시 품절' 상태가 지속됐다.
극장가·팝업스토어까지 번진 치이카와 열풍
치이카와 열풍은 다이소를 넘어 극장가와 팝업스토어 등 유통 생태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누적 관객 수 225만 명을 돌파했다.
CGV가 판매한 캐릭터 팝콘 통은 개당 2만9000원으로, 3차 예약 판매 물량까지 매진됐다. CGV는 4차 예약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아트 카드와 오리지널 티켓, 스티커 등 다양한 관람 특전을 마련했다. 일부 굿즈는 상영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인근 팝업스토어에도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품 가격은 4000원부터 7만원까지 다양하며, 1만원 이상 구매하면 종이 선글라스를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SNS에는 굿즈 구매 인증 사진과 매장 방문 후기가 잇따랐다.
치이카와 사례는 캐릭터 팬덤의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상품을 소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직접 꾸미고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과정도 소비의 일부가 됐다. 정식 굿즈뿐 아니라 일상 용품까지 팬덤 소비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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