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평가기구, 양국 신청 유산 모두 '등재 권고'
北 2년 먼저 신청한 태권도 단독 등재 유력
남북 공동 등재 사실상 무산…이달 말 최종 결정

한국의 전통 종이 한지와 북한이 신청한 태권도가 나란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권고를 받았다. 한지는 한국의 24번째 인류무형유산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지만, 국기(國技) 태권도는 북한 명의로 먼저 등재될 전망이다. 2018년 씨름에 이어 태권도까지 남북 공동유산으로 등재하려던 구상은 사실상 무산됐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한지장 이상옥 장인이 경남 함양군 마천면의 전통 한지 공방에서 닥나무 섬유를 풀어놓은 물에 발을 담가 종이를 뜨고 있다. 60년 넘게 전통 한지 제작 기술인 '흘림뜨기'를 이어온 이 장인은 외발지(음양지) 방식으로 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경상남도 무형유산 한지장 이상옥 장인이 경남 함양군 마천면의 전통 한지 공방에서 닥나무 섬유를 풀어놓은 물에 발을 담가 종이를 뜨고 있다. 60년 넘게 전통 한지 제작 기술인 '흘림뜨기'를 이어온 이 장인은 외발지(음양지) 방식으로 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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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이 신청한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과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에 대해 각각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평가기구는 올해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59건을 심사해 모두 등재를 권고했다. 평가기구의 등재 권고가 최종 심사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어 두 유산 모두 등재가 유력하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주재료로 만드는 한국의 전통 종이다. 닥나무를 채취하고 삶아 섬유를 추출한 뒤 종이를 떠내고 건조하는 과정에 장인의 기술과 공동체의 협업이 담겨 있다. 유네스코 평가기구는 한지가 기록과 인쇄, 공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공동체의 일상과 문화적 관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한지의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의 인류무형유산은 2024년 등재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에 이어 24건으로 늘어난다. 현재 한국은 판소리와 아리랑, 제주해녀문화, 탈춤 등 23건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권도는 북한이 먼저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남북 간 희비가 엇갈렸다. 북한은 2024년 3월 단독 등재를 신청했고, 한국은 2년 뒤인 올해 3월 신청서를 냈다. 정부는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했으나 경색된 남북 관계 등으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관중 앞에서 공중 발차기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권고를 받아 최종 등재를 앞두고 있다. 연합 조선중앙통신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관중 앞에서 공중 발차기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권고를 받아 최종 등재를 앞두고 있다. 연합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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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태권도 등재가 확정되면 아리랑(2014년), 김치 담그기(2015년), 씨름(2018년), 평양냉면(2022년), 조선 옷차림 풍습(2024년)에 이어 여섯 번째 인류무형유산이 된다. 이 가운데 씨름은 2018년 남북이 공동 등재한 유산이다.


태권도가 북한 명의로 먼저 등재되더라도 북한에 독점적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제도는 문화유산의 소유권이나 종주국을 판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적 실천과 전승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실제로 아리랑과 김치 관련 문화는 남북이 각각 다른 시기에 등재했다.


한국의 태권도 등재까지는 추가적인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의 등재 이후 한국을 포함하는 확장 등재를 추진하려면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하며, 별도 등재 역시 유네스코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30일부터 12월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유네스코는 2003년 채택된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따라 각국의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기 위한 대표목록 등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프랑스 등과 함께 인류무형유산을 다수 보유한 국가로 분류돼 2년에 한 번씩 단독 등재 심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태권도의 별도 등재를 추진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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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다음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유산은 2028년 심사 예정인 '인삼문화: 지식, 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 실천'이다. 인삼 재배와 가공 기술뿐 아니라 관련 의례와 생활문화 등 인삼을 둘러싼 다양한 전통을 포괄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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