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체육대회마다 "L을 가져가" 떼창 열풍
게임 속 상대방 놀리는 춤에서 유래

최근 전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L을 가져가'라는 구호와 함께 독특한 춤을 추는 놀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회와 체육대회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따라서 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거나 엉뚱한 말로 알아듣고 자녀를 혼내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5일 연합뉴스는 최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초등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L을 가져가"를 외치며 춤을 추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최근 전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L을 가져가'라는 구호와 함께 독특한 춤을 추는 놀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회와 체육대회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SNS

최근 전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L을 가져가'라는 구호와 함께 독특한 춤을 추는 놀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회와 체육대회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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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학생들은 엄지와 검지로 알파벳 'L' 모양을 만들어 이마에 붙이고, 양다리를 번갈아 옆으로 차는 동작을 반복한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추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특히 가을 운동회와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춤을 추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대표적인 놀이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졌으면 인정해"…8년 전 게임 속 춤이 초등학생 유행으로

'L을 가져가'는 영어 표현 'Take the L'을 직역한 말이다. 영미권에서는 승리를 뜻하는 'Win'을 W, 패배를 뜻하는 'Loss'를 L로 줄여 사용하는데, 'Take the L'은 '패배를 받아들여라', '졌으면 인정해'라는 의미다.

이 춤은 2018년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 등장한 감정 표현 동작인 이모트(Emote)로 널리 알려졌다. 게임에서 승리한 이용자가 패배한 상대방을 놀리거나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로 사용하던 동작이다. 같은 해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뒤 이 춤을 세리머니로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다시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와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 콘텐츠가 있다. 로블록스 내 게임에 비슷한 동작이 등장한 데 이어 유튜버 '권루트'가 해당 춤을 따라서 하면서 "L을 가져가"를 외치는 영상을 공개했고, 지난 8월께부터 관련 영상이 빠르게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지난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KB스타뱅킹 2026-2027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김단비가 지난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KB스타뱅킹 2026-2027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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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초등학생을 넘어 성인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배우 박한별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L을 가져가' 춤을 추는 영상을 올렸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김단비도 지난달 27일 열린 2026~2027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다섯 글자로 표현한 각오로 'L을 가져가'를 내세웠다. 공공기관도 유행에 동참했다. 한국환경공단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마스코트 '푸루'가 해당 춤을 추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여러분은 외출할 때 다회용기 가져가~(기)"라는 문구를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애를 가져가라는 줄 알고 혼냈다" 부모들 황당 반응

아이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유행이지만 부모 세대에는 여전히 낯선 표현이다. 특히 'L을 가져가'라는 구호를 '애를 가져가' 또는 '뇌를 가져가'로 잘못 알아듣고 자녀를 혼냈다는 사연까지 등장했다. 관련 SNS 게시물에는 "뇌를 가져가라는 줄 알고 어디서 그런 노래를 배웠냐고 뭐라고 했다", "애를 가져가라고 계속 그래서 엄청나게 혼냈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애가 오늘 배워 온 걸 보니 전국 초딩이 다 아는 거다"라며 유행의 확산 속도에 놀라워했다. 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추는 아이 때문에 난감하다는 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기분이 좋을 때마다 해당 구호를 외치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40대 학부모는 처음에는 '야르'와 같은 유행어 중 하나로 여겼다며, 뜻을 알고 나서도 특별히 나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해 아이를 말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학부모는 자녀가 쇼츠와 스마트폰, 학교 친구 등을 통해 유행을 접한 것 같다며 집과 학교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유행 문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에 아이들이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하며 또래 집단의 결속을 다지고, 상대에게 이겼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유행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만큼 부모가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자녀에게 유행어의 의미와 유래,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자연스럽게 질문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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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교수는 아이에게는 단순한 장난이더라도 상대방에게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행어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는 놀이와 상대방을 조롱하는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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