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외국민 보호 실태 감사
범죄 흉포화 알고도 대응 지연
규정 없는 외교적 협의에 경보 상향 무산
우리 국민 피해에도 대책본부 미가동

캄보디아에서 취업사기와 납치·감금 등으로 우리 국민 741명이 피해를 입는 동안 외교부가 여행경보 상향을 약 2년간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가 길수록 흉포화되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발령 요건을 잘못 판단하거나 부서 간 협의를 반복했다. 감사원은 국민 보호 업무를 소홀히 한 외교부 국장·과장 등 3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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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5일 공개한 '재외공관 재외국민 보호 등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취업사기와 납치·감금 등으로 피해를 본 우리 국민은 2023년 17명에서 2024년 220명, 2025년 504명으로 급증했다. 3년간 피해자는 총 741명이 이른다. 지난해 8월에는 현지 범죄단지에 감금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가 캄보디아 여행경보를 상향한 시기는 대학생 사망 사건이 보도된 이후인 지난해 9월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우리 국민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기회를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범죄 흉포화 알고도 미조치…규정 없는 사전설명에 발목


감사 결과 외교부는 2023년 12월부터 재외공관과 민간업체 등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범죄 피해와 수법의 흉포화를 파악하고 있었다. 주캄보디아대사관은 2024년 4월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을 건의했지만 외교부 본부는 취업사기가 상시적 위험이어서 발령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대사관이 정해진 조정양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행경보 상향 건의를 방치했다.

9월에는 본부 담당 부서가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사전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관련 규정에도 없는 절차였다. 대사관은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로 설명을 미루자고 건의했고 본부는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12월 대사관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캄보디아 방문 등을 고려해 여행경보 상향을 건의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서야 본부의 한 부서가 경보 상향을 추진했지만 다른 부서의 '신중 검토' 의견을 상향 반대로 받아들이면서 무산됐다. 대사관은 지난해 6월에도 상향 건의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런 여행경보 발령 지연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감사원이 202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재외공관의 건의에 따른 여행경보 수시 조정 54건을 분석한 결과 16건(29.6%)은 조정까지 15일 이상, 이 중 9건은 30일 이상 걸렸다. 장기 지연 16건 중 9건은 부서 간 실무 협의 등 내부 행정절차가 원인이었다.


161명 피해에도 범정부 대응 회의조차 안 열어


외교부는 캄보디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가동도 검토할 필요가 있었지만 관련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피해자는 161명에 달했다. 외교부는 2024년 9월 페루와 지난해 3월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정부 대책본부 등을 가동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캄보디아 취업사기는 국가위기나 해외위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감사원은 여행경보 상향과 대책본부 가동 등 국민 보호 업무를 소홀히 한 외교부 국장과 과장 등 3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다. 경보 상향을 적극 건의하지 않은 대사관 관계자에 대해서도 향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긴급전화 연결에 2시간…영사조력 안내도 부실


재외국민 보호 체계 전반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202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접수된 해외 사건·사고 15만7859건을 분석한 결과 34.5%인 5만4474건이 영사안전콜센터가 아닌 재외공관에 직접 접수됐다. 이 가운데 약 60%는 분실이나 출입국 문의 등 콜센터에서 대응할 수 있는 비교적 경미한 사안이었다. 긴급 연락체계도 부실했다. 라오스에서는 콜센터가 취업사기 신고를 받고 대사관에 연락했지만 통화까지 2시간이 걸렸다. 두바이총영사관에서도 콜센터의 긴급 연락이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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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 19곳 등을 감사해 징계 요구 1건, 주의 2건, 제도개선 통보 9건, 인사자료 통보 1건 등 총 13건을 조치했다. 아울러 여행경보 조정 협의 기한을 명문화하고 긴급 연락체계와 영사조력 안내를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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