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인터뷰
올해 명목성장률 22% 늘 듯, 세수 대폭 증가
경제 성장 속에서 양극화 위험 커져
지방과 기존 복지 강화 절실
미래 투자와 부채 상환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대한민국이 로또를 맞았다. 반도체 특수로 세수가 크게 크게 늘어 일찌기 경험해 보지 못한 세수 호황 속에서, 내년 예산 심사가 진행 중이다. 늘어난 재정은 누구를 위해,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할까.


재정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과 지방정부는 가난해진다"고 진단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이 22%로 예상한다"면서 "올해와 내년 300조원 정도 세수가 '더' 들어온다"고 내다봤다. 나라의 재정은 유례없이 풍요로워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절대적 박탈감이 문제인 상황"이라며 "경제는 성장하는데 고용은 줄어드는 초성장이 펼쳐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표를 봐도 고용 상황은 경제 고속성장 지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가 2분기까지 9만7000명 줄었다, 9월에 그나마 1만6000명 증가했다. 근로소득 증가율도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며, 근로자의 구매력도 감소됐다는 설명이다.


성장의 과실로 인해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종합정책질의에 출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1.04 윤동주 기자

한성숙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종합정책질의에 출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1.04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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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석연구위원은 "해법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EITC(근로장려세제), 통합돌봄 같은 기존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롭게 도입하는 복지 제도를 선호할지 몰라도, 기존 복지제도 강화가 중복·배제를 줄이며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등이 올해 15% 이상 느는데, 기업소득이 크게 오르는 것을 감안해도 가계소득도 크게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재정도 우려했다. 정부는 늘어나는 세수가 교육교부금이나 지방교부세로 빠져나가는 제한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모색했다. 이 가운데 포함된 지방교부세법 개정 등에 대해서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은 앞으로 전년도 금액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35% 반영)을 적용해 산정하기로 했는데, 경상성장률이 워낙 높아 교육청 예산도 나쁘지 않다"며 "가장 큰 문제는 지방정부"라고 설명했다. 내국세의 19.24%로 고정된 지방교부세이지만 내년 증가율이 2% 안팎에 그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히는 초과세수에 대해 지방에 교부하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에 쌓는 방식은 국회 예산심의권을 규정한 헌법과 예산총계주의를 규정한 국가재정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늘어난 세수와 관련해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편성을, 야당은 부채 상환을 주장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채무 상환도 해야 하고 쓰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년 국가채무비율을 48%로 보지만 경제 규모(분모)는 커지고 국고채 발행 축소로 채무(분자)는 줄어 4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추가적인 상환에 대해서는 채권시장의 안정을 위해 불가하다고 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11.02 윤동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11.02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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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작동방식과 사업기금 투입방식 등에 있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커다란 재정안정화 기능에 작은 사업 기능 정도를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끝나는 큰 규모 인프라 사업은 미래대응기금에서 해도 문제없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사업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동수당 같은 일반회계 사업이 넘어온 것도 문제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세수가 얼마나 늘어나나.

▲ 대한민국이 로또를 맞았다. (웃음) 올해 본예산보다 90조원 정도, 내년은 200조원 정도 더 들어와 대강 300조원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매일같이 내는 부가가치세를 1년 동안 다 합쳐 봤자 80조원인데, 올해와 내년 추가로만 300조원이 더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11% 정도로 보지만 저나 국제통화기금(IMF), 국회예산정책처는 22% 정도로 본다.


-예측이 왜 이렇게 다르나.

▲ 선의로 해석하면, 시기 문제다. 정부는 7월 말을 기준으로 예산을 잡는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자료는 5월에 예측한 것이다. 5월에는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을 11%로 봤는데, 아무래도 10월에 예측하는 게 맞을 수밖에 없다. 다만 주식 좋아하는 사람들의 격언을 소개하고 싶다. '예측 실패는 용서해도 대응 실패는 용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5월에 예측했으니 틀릴 수 있지만, 이제 알았으면 대응해야 한다. 내년도 584조원 예측도 11% 경상성장이라는 전제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바뀐 경제 환경을 대입하면 584조원보다 더 될 수도 있다. 11월 국회 예산 처리 과정에서 롤링 포캐스트(rolling forecast)를 해 내년도 세수를 다시 짜는 대응을 해야 한다. 대응마저 실패한다면 용서받지 못한다.


-내년에 늘어나는 세수는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으로 운용한다고 한다.

▲ 정부는 과소추계도, 과대추계도 해선 안 되고 가장 정확한 추계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다. 예측 실패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예측에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실패하면 페널티를 줘 예측을 좀 더 맞추도록 이끌어야 한다. 초과세수(올해 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수는 '초과세수', 내년 예산 대비 더 걷힐 세수는 '추가세수'로 구분한다)와 세수 증대는 다른 말이다. 세수 증대는 좋은 것이고 초과세수는 나쁜 것이다. 증대되는 세수를 정확하게 계획하고 예측하면 초과세수는 생기지 않는다. 경제는 효율화해 세수를 더 늘리고, 세수는 정확하게 예측해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재정당국의 역할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예산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0.08 윤동주 기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예산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0.08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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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세수 활용과 관련해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편성하고자 한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당은 국가채무 상환을 주장한다. 어떤 주장이 맞나.

▲ 채무 상환도 해야 하고, 쓰기도 해야 한다. 돈이 많이 생기면 둘 다 해야 하고, 실제로 둘 다 하고 있다. 올해 국고채를 5조원 덜 발행했고, 추경 때도 덜 발행했다. 채무 상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채무 절대량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절대량이 아니라 채무 비율이다. 정부는 2020년 코로나 때부터 늘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했다. 21년에도, 22년에도, 25년에도, 26년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됐다. 올해도 50%를 넘지 않았고 내년에도 넘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 48% 정도로 예측하지만 제 예측은 다르다. 경제가 커지니 분모가 늘고 분자도 줄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정경제부가 빚을 열심히 갚고 있다. 10월에 발행할 계획이던 5조원을 아예 발행하지 않았고, 11월·12월에도 몇조원 정도 발행하지 않을 것 같다. 대강 계산하면 45%다. 빚을 갚자는 사람들 말대로 빚을 어마어마하게 갚고 있다.

더 갚자는 건 말이 안 된다. 국고채는 거래량 기준 전체 채권시장의 70%를 차지한다. 국고채가 발행되지 않으면 채권시장에 문제가 생긴다. 적절한 양의 국고채는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깔 때를 생각해 보자. 빚을 져 재정에 부담이었지만 그 덕에 경부고속도로라는 자산이 생겼다. 미래 세대를 위한 경부고속도로를 놔야 한다.


-그럼 미래의 경부고속도로는 무엇인가.

▲ 국민에게 더 중요한 건 지출이 시바스 리갈(양주)이냐, 경부고속도로냐를 따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부고속도로가 성공한 인프라 투자였던 것처럼 지금도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어떤 인프라냐. 고속도로 인프라는 이제 아니다. 대신 에너지 인프라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정부와 국민이 바라는 게 AX(인공지능 전환)와 GX(녹색 전환)인데, 둘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바로 에너지 인프라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빚 갚는 것보다 에너지 인프라가 훨씬 낫다.

에너지 효율 개선도 굉장히 중요하다. 재정을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AX 투자는 리스크 테이킹이다. 리스크 테이킹의 장점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고, 단점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재정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리스크 테이킹이 아닌 것에도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 한다. 리스크가 거의 0으로 수렴하는 게 바로 에너지 효율이다. 에너지 효율에 1조원을 투자하면 미래 세대의 에너지 비용을 1조원 이상 줄인다. AX에 투자한 1조원은 100조원이 될 수도, 그냥 버리는 돈이 될 수도 있지만, 에너지 효율에 투자한 1조원은 무조건 1조원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한다. 미래 세대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익이다. 현 정부가 리스크 테이킹을 너무 많이 하니, 보완재로서 리스크가 제로에 수렴하는 에너지 효율 투자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 정부의 대응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대책은 무엇인가.

▲ 기초생활보장제도, EITC(근로장려세제), 통합돌봄 같은 기존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등이 올해 15% 이상 느는데, 기업소득이 크게 오르는 것을 감안해도 가계소득도 크게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확대가 필요하다. 새로 복지제도를 만들면 중복과 배제가 불가피하다. 이 세 가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문제는 없나.

▲ 미래대응기금이 일반회계 사업까지 하는 것은 문제다. 미래대응기금은 재정안정화 기능을 일정 부분 하면서 복지·기후·여성 등 필요한 분야에 돈을 줘야 하는데, 일반회계에서 하던 일들이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 아동수당 같은 사업이 청년 관련 사업으로 분류돼 미래대응기금 사업이 되는데, 분석해 보니 이런 사업이 미래대응기금 사업 45조원 가운데 23조원이다. 커다란 재정안정화 기능에 작은 사업 기능 정도를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 단기간에 끝나는 큰 규모 인프라 사업은 미래대응기금에서 해도 문제없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사업은 하면 안 된다.


-지방재정을 두고 논란이 있다.

▲ 내년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 15조원 중 10조원은 내년도 지출 계획이 있고 5조원은 없다. 지방정부에 배분돼야 할 돈이 아니라 중앙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돈이 돼 눈치를 보게 된다. 교육교부금은 앞으로 전년도 금액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35% 반영)을 적용해 산정하기로 했는데, 경상성장률이 워낙 높아 교육청 예산도 나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정부다. 지방교부세는 경상성장률 연동 없이 19.24%를 유지하는데, 초과세수는 미래대응기금에 100% 넣고 교부세는 2%만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국세가 내년에 40% 늘 때 현행법대로 교부세도 40% 늘리는 건 무리라고 본다. 지방정부는 균형재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도 안정화 기금 얘기를 하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다. 적정한 돈을 기금에 넣고 나머지만 지방정부에 주는 게 적절하다. 40%는 아니더라도 20%, 10%는 검토할 수 있는데 2%만 늘리는 것이다. 지급 규모를 두고 협상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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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은 추가세수 문제인데, 초과세수 배분도 문제다.

▲ 올해도 초과세수가 발생한다. 올해 63조원일 경우 10조원이 교부세로 나와야 하지만, 정부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은 순내국세 총액에서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을 빼도록 해 지방에 돈이 넘어가지 않는다. 이 내용은 헌법적 문제도 있다고 본다. 초과세수를 예산총계주의의 예외로 두자는 것인데, 반민주적 발상이라 생각해 반대한다. 또 초과세수만큼 지방정부와 정산하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으로 더 가져가는 방식은 잘못된 추계로 초과세수가 많아질수록 인센티브를 주는 셈이 된다. 예측이 틀릴수록 인센티브를 주는 이런 법 개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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