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채용공고 10건 중 4건 "영상 인력 구인"
조회수 경쟁 속 '정책 번역' 고민하는 보좌진
김한규室, 쇼츠 댓글을 민원 창구로…정책 제안 활용
이준석室 "쇼츠로 정치 무관심층에 정책 쉽게 알려"
정치권에서 영상 실무 역량을 갖춘 인력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비롯해 정치 현장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30초 안팎의 쇼츠는 복잡한 정책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새로운 소통 수단이 됐다. 반면 자극적인 장면만 남겨 정쟁과 국감의 맥락을 왜곡한다는 우려도 있다.
5일 아시아경제가 올해 초부터 지난 3일까지 국회 의원실 채용 게시판에 올라온 공고 447건을 분석한 결과, 영상 역량을 업무·우대 조건으로 제시한 공고가 169건(37.8%)에 달했다. 10건 중 4건이 영상 실무 역량을 채용에 반영한 셈이다. 이들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 사용 능력을 우대조건으로 제시하거나 포트폴리오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쇼츠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보좌진의 부담도 늘고 있다. 특히 조회 수와 반응은 피할 수 없는 평가 기준이다. 일부 보좌진 사이에서는 서로 영상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카톡방도 운영된다.
민주당 재선의원 보좌관은 "실무자로서 조회 수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며 "같은 상임위 의원들의 채널을 살펴보며 부족한 부분을 찾는다"고 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젊은 층이 익숙한 영상 문법과 의원님의 선호 사이에 간극을 느낄 때가 있다"며 "조회 수와 메시지, 표현 방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번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만 쇼츠가 정쟁의 확성기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정책을 쉽게 풀고 유권자와 소통 수단으로 쇼츠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감의 모든 질의를 쇼츠로 제작하고, 질의서를 준비한 보좌진 실명도 함께 적어 올린다. 정쟁성 발언이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환경에서도 국회가 민생 현안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댓글은 일종의 민원 창구가 되기도 한다. 김 의원실이 올린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규제 완화 쇼츠에 한 시민이 해당 학교 등하굣길을 지켜본 경험을 남기자, 의원실은 관계 기관과 함께 해당 구간의 규제 완화 가능성을 검토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댓글 한 줄이 정책 제안으로 이어진 사례"라며 "공유나 댓글 반응이 좋은 주제일수록 국민적 관심도를 확인하고 정책 방향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은 쇼츠를 정치 무관심층을 정책으로 이끄는 '입구'로 본다. 아이템을 고를 때도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상대가 당황한 장면보다 질의 전후 국민이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이 있는지를 우선 살핀다. 정부 발표 수치와 실제 자료의 불일치, 정책 간 모순, 기관이 답하지 못한 제도적 허점 등이 쇼츠의 소재가 된다. 이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지적한 조달청 나라장터의 바가지 의혹 계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누구를 얼마나 몰아붙였느냐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편집자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해야 자극적인 장면만 남기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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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이 불가피해진 만큼, 관건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관심도 측면에서 쇼츠만한 수단은 없다"면서도 "다만 쇼츠가 국정감사의 내용을 알리는 수단이 돼야지, 쇼츠를 위한 국정감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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