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포기, 생계형 창업 양극단
'그냥 쉬는 청년' 68만명
취업 못해 준비 없는 창업 늘어
지방 사범대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했던 30대 A씨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뒤 재취업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아이 등하원 시간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200만원짜리 강의를 듣고 300만원을 밑천 삼아 학교에 교구를 납품하는 학교장터(S2B)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쟁 탓에 매달 손에 쥐는 돈은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과일 위탁 판매도 알아보고 있지만 반품 부담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맞는 일자리가 없어 등 떠밀리듯 시작했는데 자본도 경험도 부족해 버티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청년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구직 포기와 생계형 창업이라는 양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쉬는' 청년이 68만명에 달하는 한편, 취업에 실패한 이들은 준비 없이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5일 국가데이터처의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활동 없이 쉬는 인구는 255만1000명이다. 이 가운데 20대 37만7000명, 30대 30만3000명으로 청년층만 68만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각각 5만8000명, 2만5000명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쉬는 이유로는 15~29세의 35.2%, 30대의 32.3%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를 꼽았다. 특히 30대는 이 비중이 1년 새 5.0%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1년 이내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19.9%로 2018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20대 B씨도 2년 가까이 공채에 도전했지만 반복되는 탈락에 최근 구직활동을 중단했다. 중소기업까지 눈을 낮췄지만 경력 개발이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었다. B씨는 "원하는 일자리는 고사하고 미래가 보이는 곳조차 찾기 어려워 이력서 쓰는 일도 그만뒀다"고 했다. 반면 생계를 위해 창업을 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비임금근로자는 662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1000명 증가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30대 비임금근로자가 5만5000명 늘어 전 연령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문제는 창업의 상당수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신규 자영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로 취업하기 어려워서' 창업했다는 응답은 21.7%로 전년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의 채용 위축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취업 실패자를 자영업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준비 부족은 창업 이후 생존 가능성도 떨어뜨린다. 신규 자영업자의 47.0%는 사업 준비 기간이 1~3개월 미만이었고, 초기 사업자금이 5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35.2%로 가장 많았다. 사업 정보와 경영 노하우 부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은 신규 자영업자도 28.4%에 달했다.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의 35.8%는 사업 부진이나 전망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이키 절대 입지 마" 뭘 잘못했길래…구매·판매 금지, 발칵 뒤집힌 '이 나라'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개인의 근로 의욕 문제가 아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쉬었음 청년 문제는 제조업·건설업 위축과 인공지능(AI) 확산 등 산업구조 변화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며 "산업 변화에 대응한 전직 지원과 양질의 일자리 확충 등 청년층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고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