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독성 단백질이 뭉치는 현상(응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원리를 적용한 동물실험에선 뇌 속 단백질 축적이 감소하고, 일부 기억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KAIST는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북대 화학과 이승재 교수 연구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이철호·김경심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이영호 박사, 기초과학연구원(IBS) 박지용 박사와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응집과 독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AI 생성 이미지.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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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의 뇌 속에선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돼 쌓이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때 만들어진 독성 응집체는 신경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아연집게 단백질(Zinc Finger Protein)'로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는 현상을 줄이고, 이미 만들어진 응집체의 독성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연집게 단백질은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공동연구팀은 이 단백질의 표면이 다른 분자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전자를 조절할 때 쓰이는 단백질을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과 직접 결합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원리를 적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동물실험을 진행했을 때 아연집게 단백질의 일부인 'ZF2-4'가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에 중요한 부위와 직접 결합하는 것이 관찰됐다.


결합 후에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는 방식이 달라졌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길게 얽힌 독성 섬유로 자라는 과정이 억제되고, 세포에 덜 해로운 형태의 응집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형성된 섬유에 ZF2-4를 처리했을 때도 섬유가 짧고 가는 조각으로 바뀌어 세포에 미치는 독성이 낮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공동연구팀은 아연집게 단백질을 뇌까지 이동시키는 방법도 찾았다. 뇌에는 해로운 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혈액-뇌 장벽'이 있다. 치료용 단백질도 이 장벽을 통과하기 어렵다.


(상단 왼쪽부터) KAIST 박성민 박사·곽지민 학생, 전북대 황윤하 학생, KAIST 임미희 교수, (하단 왼쪽부터) 전북대 이승재 교수, IBS 박지용 박사, KBSI 이영호 박사, KRIBB 이철호·김경심 박사. KAIST

(상단 왼쪽부터) KAIST 박성민 박사·곽지민 학생, 전북대 황윤하 학생, KAIST 임미희 교수, (하단 왼쪽부터) 전북대 이승재 교수, IBS 박지용 박사, KBSI 이영호 박사, KRIBB 이철호·김경심 박사.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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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연집게 단백질에 장벽 통과를 도울 미세 분자를 붙여 만든 변형 단백질 'ZF2-4-P9'는 장벽 통과가 가능했다. 미세 분자가 일종의 '출입증' 역할을 하면서다.


실제 ZF2-4-P9를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 대뇌피질과 해마의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이 대조군보다 각 53%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뇌 부위다.


공동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의 과도한 활성화 현상도 줄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를 보호하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염증 반응에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형 단백질(ZF2-4-P9)을 투여한 실험용 쥐는 이 세포의 활성화가 대조군보다 대뇌피질에서 29%, 해마에서 50%가량 각각 감소했다.


행동 실험에서는 익숙한 물체와 새로운 물체를 구별하는 '인식 기억'이 개선되는 효과도 확인됐다. 단 다른 기억·학습 검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선 치료 효과와 장기 안전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표면과 구조를 설계해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 해롭게 뭉치는 과정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런 원리는 앞으로 특정 질병 단백질을 겨냥한 새로운 단백질 기반의 치료제 설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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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현 KBSI) 박성민 박사후연구원, 전북대 황윤하 박사과정생, KAIST 곽지민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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