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성 부족한 심의위
변호사 조력권 제한 일쑤
2시간 만에 14건 처리도
"변호사님, 쌍방대리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언론에 제보하겠습니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심의위원이 변호사에게 한 말이다. 중학생 A군이 폭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상대 학생에게 맞신고당하자 A군 측 변호사는 신고인·피신고인 선임계를 각각 제출했다.
변호사에 따르면 신고인 선임계는 빨간색, 피신고인 선임계는 파란색으로 용지 색깔부터 달랐다. 학폭위 심의위원은 대립하는 두 학생을 동시에 대리한다고 오해한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는 2026년 10월 14일 '학교폭력 심의절차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학교폭력 사건 수행 경험이 있는 변호사 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위원회 구성 및 전문성 부족'(24.9%)과 '변호사 조력권 침해'(17.9%) 문제를 꼽았다.
변호인 조력권 '복불복'
변호사들은 학폭위 현장에서 "이곳은 법정이 아니므로 변호사는 발언할 수 없다"거나, "시간이 없으니 30초만 하라", "지금 발언하면 앞으로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와 같은 '변호인 조력권 침해'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같은 교육지원청에서 학폭위가 열렸는데, 변호사 발언 기회나 허용되는 조력의 범위는 그때그때 달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법률신문에 "어떤 날에는 심의 초반에 의견만 밝히고 퇴장했고, 다른 날에는 끝날 무렵에야 입장이 허가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학생이 어떤 질문을 받고 답했는지는 나중에 정보공개청구로 회의록을 받아 확인해야 했다"고도 했다.
학교폭력 사건 전문 변호사들은 학폭위가 사건 자료를 미리 보여주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형사사건 재판도 공소장을 열람하고 가는데 학교 폭력 사건은 아무 것도 안 알려준다", "신고 내용이 '언어폭력 및 신체폭력' 한 줄로 통지돼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모른 채 심의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세부 절차는 '재량 사항'
이처럼 변호사의 조력이나 자료 열람이 제한되는 이유는 구체적인 절차 규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제공하고, 심의가 끝난 뒤 회의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 신청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심의 동석·발언 범위나 사건 자료의 사전 열람에 관한 규정은 없다.
교육부의 '2026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도 "그 밖에 심의위원회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장이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세부 기준이 없다보니, 실제 심의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 학폭위 심의위원인 김성호(변호사시험 8회) 서울변회 사업이사는 "심의 당일에야 자료가 제공돼 심의 전 한 시간 만에 모두 검토해야 한다"며 "법조인 출신 심의위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충분한 검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에선 '1000쪽 넘는 증거자료가 제출된 사건을 포함해 학폭 사건 14건을 2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심의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학폭위 처분에 오류가 있더라도 사후에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전학 조치는 학생의 학업 일정과 학교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나중에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되돌리기 어렵다.
교육부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장은 전학 조치 통보 후 7일 안에 교육감 등에 학교 배정을 요청해야 한다. 학생이 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내더라도 법원이 집행정지를 결정하는데 2~3주가 걸리기도 한다. 법원 결론이 나오기 전에 이미 전학조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윤민선(변시 11회) 서울변회 수석대변인은 "학교폭력위원회 운영을 위원장의 재량에 맡겨두는 지금 시스템으로는 개선 가능성이 없다. 변호사의 참여 시기와 발언 기회 보장, 조력권 행사에 따른 불이익 금지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변호사는 "비밀 보장 문제 등은 '자료 반출 금지 각서'를 받고 이를 어길 때는 불이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해결해 변호인들의 기록 사전 검토 기회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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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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