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 미래기금 놓고 "文·尹정부 반면교사" "총선용 사금고"(종합)
국회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예산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정부와 여당은 미래기금을 극심한 세수 변동성에 대응할 재정 안전장치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162조원짜리 총선용 사금고' 가능성을 지적하며 맞섰다.
"미래기금은 정치적...162조짜리 사금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7년 예산안 등 종합정책질의'에서 "전체 초과세수 162조3000억원에서 실제 쓰는 돈은 45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재정건전성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이라고 말했다. 여유기금으로 쌓아놓은 104조원, 국채 신규발행 축소 12조5000억원 등 나머지 72%에 달하는 재원은 지출이 아닌 국가채무 관리와 미래 세수 부족을 대비하는 재정 안전판 용도라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은 기금 신설이 거시경제 충격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기금을 조성하지 않고 162조원을 당해 예산에 전부 태워 지출할 경우 재정지출 증가율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 극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후 경제에 수직 낙하 수준의 치명적인 거시적 충격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총공급은 확충해 중기적으로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이 되고, 총수요 자극은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타깃팅을 분명히 해 민생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기금의 성격을 정치적 목적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미래파탄기금을 만들어 104조원을 쌓아 놓고 있겠다고 한다"며 "국민 명의로 빚을 내서 이재명 대통령의 162조원짜리 총선용 사금고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래기금이 사업 지출의 30%까지 국회 승인없이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국회 예산 심의권을 우회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야당이 제기한 '사금고 프레임'에 대해 박 장관은 국회가 완전한 예산 통제권을 가지며 유연한 위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맞섰다. 박 장관은 "미래대응기금 또한 일반회계 타 기금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모든 통제를 받게 돼 있다"며 "기금운용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해 심의·의결을 거친다. 다만 (세수 변동성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국회가 승인한) 범위 안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빚을 내 104조원 여유자금을 쌓는 구조에 대해서는 "연봉 1억원인 사람이 5000만원 대출을 받으면 월 11만원 정도 이자를 내는데, 연봉이 같은 다른 사람은 1억원을 대출받아 월 17만원가량을 낸다"며 "우리는 그만큼 양호하기 때문에 그 여력을 투자에 써서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수 냉·온탕 文·尹정부 반면교사"
박 장관은 이번 기금 신설이 극심한 세수 변동성을 겪은 과거 정부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131조6000억원의 막대한 초과세수가 발생했으나, 곧바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97조5000억원의 세수결손이라는 정반대의 위기를 겪었다. 세수가 넘칠 때 당장의 지출로 모두 소진해 버리면, 다음 세수절벽 시기에 또다시 막대한 빚을 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도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미래선점 예산'이라고 방어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 경제는 단순한 경제 회복을 넘어섰다. 위대한 대반등"이라며 "세수 여력을 일부 미래 대비로 비축한 것은 세수 변동성이란 재정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원사격했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야당은 총지출에 잡히지 않는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이 숨어있어 이를 고려하면 내년 실제 예산안은 올해보다 197조원(27.1%) 늘어난 925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미래기금 외에도 프론티어급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4조7000억원과 청년미래적금 예산 1조7000억원, 석유가격 안정화 지원사업 예산 1조4497억원 등을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규정하고 삭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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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금 신설에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어 법정 기한 내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예산안 심사는 오는 5일까지 이틀간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9∼10일 경제부처, 11∼12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진행한다.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증감액 심사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 의결한다.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내달 2일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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