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 앞둔 빅파마, 후속 신약 확보 경쟁
로열티·사업권·연구 역량까지 따지는 인수 셈법
"오리지널 브랜드보다 90% 저렴합니다." 인도 제약사 나트코파마가 올해 세마글루타이드 복제약 출시를 홍보하며 내세운 문구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인데요. 인도 내 물질특허가 만료되자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용 주사제를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떼돈 벌 던 신약의 특허 만료에 대비하는 일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끊임 없는 숙제입니다. 이들은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사를 인수해 후속 신약을 확보하죠.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도 이러한 수요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M&A알쓸신잡에선 신약 기술을 도입한 제약사가 원개발사까지 인수하는 이유와, 인수가격에 반영되는 사업권·로열티의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길리어드·바이오엔테크, 신약 개발 파트너 인수
최근 유안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관련 글로벌 M&A 규모는 1388억달러(약 186조원)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인 1221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인수 대상도 상업화됐거나 후기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아셀렉스를 인수했습니다. 길리어드 자회사 카이트는 아셀렉스와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후보물질 '아니토셀'을 공동개발해왔습니다. 길리어드는 아셀렉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신약 개발·상업화 통제권을 확보하고, 기존 계약의 이익 배분·성과보수(마일스톤)·로열티 지급 의무를 해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을 도입해 공동개발하던 제약사가 개발 성과를 확인한 뒤 파트너를 인수한 사례죠.
다만 인수의 손익은 사용료 부담뿐 아니라 추가로 얻는 권리·자산과 인수 후 운영비용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지난해 중국 바이오테우스를 인수하면서 인수대금 중 5억6510만유로(약 8505억원)를 기존 계약의 성과보수·로열티 지급 의무를 정산하는 금액으로 회계 처리했습니다. 바이오테우스가 받을 사용료 권리에도 값을 치른 셈입니다. 바이오엔테크는 해당 신약의 중화권 사업권과 다른 신약 후보물질, 생산시설도 확보했습니다.
국내 바이오기업, 기술수출 이후 잔여 권리가 변수
국내 바이오기업이 기술을 수출한 해외 파트너가 인수된 사례도 있습니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2024년 미국 멧세라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6종을 기술이전했고, 화이자는 지난해 11월 멧세라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대상은 국내 원개발사가 아니라 기술을 도입한 미국 파트너였습니다. 그렇다면 후속 신약을 찾는 수요가 국내 개발사 인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필요한 기술의 권리를 계약으로 확보하는 것과 개발사 전체를 인수하는 것은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초기 신약은 매출을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주요 사업권을 이미 넘겼다면 인수로 얻는 권리도 제한됩니다.
가령 미국 사업권을 A제약사에 넘긴 국내 기업을 B제약사가 인수해도, 기존 계약이 유지된다면 B제약사가 미국 사업권까지 확보하지는 못합니다. 회사에 남은 사업권과 향후 받을 성과보수·로열티 등을 따져야 합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기업 대부분이 임상 초기 단계이거나 초기 기술이전으로 주력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잔여 권리가 많지 않다"며 "M&A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기존 기술도입 파트너인 A제약사가 인수한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앞서 본 길리어드처럼 국내 개발사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등의 의무를 정리하고, 남은 신약 후보물질과 연구 역량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떤 권리를 넘겼고 누가 인수하려는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건부 인수대금 활용…신약 성과에 따라 추가 지급
확보할 권리의 범위를 정해도 가격 협상은 남습니다. 개발사는 신약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지만, 인수자는 임상 실패나 판매 부진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차이를 조정하는 방법이 성과에 따른 추가 지급입니다.
앞서 길리어드는 아셀렉스 인수 때 주주에게 주당 115달러를 지급하고, 인수 이후 조건을 달성하면 주당 5달러를 추가로 받는 권리인 조건부가치권리(CVR)도 부여했습니다. 아니토셀 출시 후 2029년 말까지 누적 글로벌 순매출이 60억달러 이상이면 추가 지급하는 조건입니다. 아셀렉스를 먼저 인수하되 인수가의 4%가량은 판매 성과에 따라 정한 것입니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주요 거래 방식인 기술이전도 대금을 성과에 따라 나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 연구원은 "기술이전은 M&A에 비해 적은 초기 투자 비용으로 플랫폼 또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권리 확보가 가능하다"며 "이후 개발 및 상업 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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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약사의 인수가격을 이해하려면 정리되는 사용료 지급 의무와 확보하는 사업권·신약 후보물질, 성과에 따른 추가 지급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신약 개발 성과를 쌓아가는 가운데, 기술수출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의 인수로 이어지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늘어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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