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5만원짜리여도 못 받아요"…은행 찾았다가 당황, 일상 곳곳서 '무현금 시대'
ATM·영업점 줄어…고령층 접근성 우려
현금을 맡기기 위해 찾는 곳이라는 은행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버스와 카페 등에서 확산한 '무현금' 흐름이 은행 창구까지 번지면서 현금을 직접 취급하지 않는 점포가 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금을 다룰 수 있는 오프라인 금융망 자체가 줄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은행 자동화기기(ATM)는 2만4711대로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610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영업점도 276곳 줄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경기 김포에 무현금·무서류 기반 디지털 특화점을 연 뒤 올해 4곳을 추가해 총 6곳을 운영하고 있다. iM뱅크는 2024년 강원 원주에, BNK부산은행은 지난해 서울 구로구와 성동구에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점포를 열었다.
비대면 환전·트래블카드 보편화…공항 환전 창구 필요성 감소
은행권의 현금 취급 축소는 공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환전과 해외 결제용 트래블카드가 보편화하면서 공항에서 직접 현금을 바꾸는 수요가 예전만 못해졌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터미널 은행 영업점 운영 사업자 입찰은 여러 차례 유찰됐다. 최초 연간 76억원 수준이던 임대료를 낮췄지만 응찰이 저조했고, 결국 지난달 30일 기존 사업자인 BNK부산은행이 연간 약 59억원에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는 공항 이용객은 늘고 있지만 환전 방식 자체가 달라진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앱에서 미리 환전하거나, 해외에서 별도 환전 없이 카드로 바로 결제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공항 환전 창구의 필요성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트래블로그'의 누적 환전액은 지난달 말 8조원을 넘어섰고, 신한금융 '쏠(SOL)트래블' 카드도 누적 발급량 300만장을 돌파했다.
버스·카페도 이미 '현금 없는 곳'
일상 곳곳에서는 은행보다 먼저 무현금화가 진행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도입했고, 지난해 4월 기준 서울 시내버스의 약 40%가 현금을 받지 않았다. 올해 4월에는 서울 시내 394개 노선 가운데 180개 노선이 현금 없이 운영됐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의 현금 수입은 전체 수입의 0.24%에 불과했다. 반면 현금함 운영과 관리 비용은 현금 수입보다 더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무현금 버스 확대의 근거가 됐다. 카페에서도 현금 없는 매장이 확산했다. 스타벅스는 2018년 일부 매장에서 '현금 없는 매장'을 도입한 뒤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고령층·저소득층은 여전히 현금 의존
2023년 3월 1일 서울시가 기존 18개 노선·436대였던 '현금 없는 버스'를 108개 노선·1천876대로 늘려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은 버스를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 모습.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문제는 무현금화의 속도를 모두가 똑같이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 사용현황 종합 조사'에 따르면 개인의 월평균 현금지출은 32만4000원으로 전체 지출의 17.4%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의 현금지출 비중은 각각 14%대였지만 70대 이상은 32.4%에 달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의 현금지출 비중은 59.4%로, 월 소득 900만원 이상 계층의 15.1%보다 크게 높았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45.8%는 현금 없는 사회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59.1%는 현금 사용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 현장에서는 불편 사례도 나온다. 현금만 가진 고령 승객이 현금 없는 버스를 타지 못할 상황에 놓여 다른 승객이 대신 교통비를 내주는 경우처럼, 디지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무현금화가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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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금융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현금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에게는 은행 점포와 ATM 감소까지 겹치면서 금융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창구까지 '무현금' 흐름이 확산하면서 앞으로는 디지털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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