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누락찾기에 능숙하지 않은 AI
중복된 건 보여도 빠진 건 안 보여
차질 없는 일처리의 핵심 '빠짐없이'

"그 친구에게 일을 맡기면 안심이 된다고들 해. 그는 업무를 기획하고 준비할 때, 관련 사항을 빠짐없이 챙기고, 그래서 차질 없이 일을 처리하니, 상사들이 안심하는 거지."

고위 공직자가 된 지인의 업무 역량에 관해 이런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업무 역량은 창의적인 기획과 실행, 조정, 추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기획과 실행 단계에서 특히 빠짐없이 생각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업무 역량 관련 교육에서 '빠짐없이'가 거론되기는 한다. 컨설팅회사 매킨지가 이를 '미씨(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MECE)'라는 개념에 포함했다. 직역하면 '상호 배타적, 전체 포괄적'이다. 번역된 용어도 어렵다. 컨설팅회사 사람들은 자기네 지식 자산을 드러내야 하고, 그래서 이 용어를 어렵게 작명했다고 추측해본다. 신조어로 '있어빌리티'의 티를 내려고 했다는 짐작이다. 쉽게 말하면 '겹치지 않게 누락도 없이'다.

매킨지는 MECE를 복잡한 경영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에 활용하라고 권한다. 핵심 질문을 하위 문제로 나눌 때 각 하위 문제가 서로 겹치지 않고 전체 문제를 빠짐없이 다루도록 구조화하라고 설명한다. 또 보고서·메모·프레젠테이션 등 의사소통 자료를 작성할 때도 MECE를 적용해 논리의 중복과 누락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MECE는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언급된다.


완성도 높은 보고서는 MECE를 충족한다. 중첩과 누락 중 무엇이 더 문제일까? 보고서에 중복이 있어도 빠진 사항이 없으면 일은 별 탈 없이 진행된다. 그러나 중요한 사항이 누락된 보고서로는 일이 계획한 대로 굴러갈 수 없다. 앞서 공직자의 빈틈없는 일처리를 예로 들었듯이,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누락된 사항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는 것이다.

중첩과 누락을 기준으로 그린 네 가지 경우. 1사분면은 중첩도 누락도 없어 높은 완성도를 나타낸다. 3사분면은 중첩도 있고 누락도 있어 최악이다. 중첩이 있는 2사분면과 누락이 있는 4사분면을 비교하면, 누락이 있는 4사분면을 더 피해야 한다.

중첩과 누락을 기준으로 그린 네 가지 경우. 1사분면은 중첩도 누락도 없어 높은 완성도를 나타낸다. 3사분면은 중첩도 있고 누락도 있어 최악이다. 중첩이 있는 2사분면과 누락이 있는 4사분면을 비교하면, 누락이 있는 4사분면을 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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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서 중복을 덜어내는 일은 쉬운 편이다. 중복된 부분은 유심히 보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누락을 찾아내는 일은 난도가 매우 높다. 관심을 그 자료에 쓰이지 않은 영역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그 자료를 읽은 사람은 그 내용에 국한해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누락 없이 정보를 전하는 수단으로 육하원칙이 만들어졌지만, 중요한 누락의 유형은 여섯 가지 외에도 많다. 특히 일정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는 '비정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누락 없이' 문제, 즉 지문을 내고 누락을 찾아내라는 문제를 만들기는 더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보고서 작성 등 직무 교육에서 이런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척척 상황을 조사하고 문서로 정리해내는 시대. AI에 업무를 맡기는 것이 기본 근무환경이 됐다. 이런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지원자를 심층면접하며 AI를 능숙하게 다루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판단하는 능력을 살펴보고 있다. 채용 문제에 추가할 유형으로 '누락 찾기'를 제안한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해본 결과 AI는 아직 누락 찾기에는 능숙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외주화할 수 없는 '누락 찾기'는 기존 구성원의 역량을 함양하는 데에도 빼놓을 수 없는 과목이다.


'백설이불여일례'다. 백 가지 설명이 한 가지 예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필자가 만든 말이다. 다음 지문에서 누락된 핵심 정보는 무엇인지 찾아보자. 이 글은 한 공공 박물관에서 연 전시회에 게재됐다. 정보 전달이 목적인데, 누락 탓에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대를 앞서간 찰스 배비지(제목). 찰스 배비지는 기계식 컴퓨터를 최초로 개발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해석기관'은 가능한 모든 계산을 자동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돼 오늘날의 디지털컴퓨터와 매우 비슷한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애니악의 등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디지털 컴퓨터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에 AI는 핵심 누락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해하며 다시 물어봤다. AI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누락은 배비지가 설계한 해석기관이 실제로 제작·완성됐는지에 관한 정보다"고 답했다. 이어 "독자는 이 서술을 읽고 배비지가 실제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배비지의 해석기관은 설계됐을 뿐, 그의 생전에 완성되지 않았다"고 근거를 댄다. 이어 둘째 누락으로 "배비지의 설계와 애니악의 등장 사이에 약 100년의 간격이 있는데, 그동안 컴퓨터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나는 AI에 배비지가 언제 해석기관을 내놓았는지 물었다. AI는 1837년이라고 답했다. 나는 "이 정보가 핵심 누락이라고 생각해"라고 했고, AI는 내 생각에 동의했다.


'빠짐없이'는 현재 직장인들에게 더 필요하다.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면 AI에 교열만 거칠 게 아니라 누락이 없는지도 점검받으라고 권한다. AI도 가끔은 핵심 누락을 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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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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