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선거 직후 사후 기재 지시
무번호 용지 배포 140여곳 중 40여곳
일련번호 임의 기재·특이사항 추가
위·변조 사실 숨기고 국회 제출 의혹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 중인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시로 전국 40여곳 투표소의 투표록이 사후 위·변조된 정황을 확인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4일 오전 9시부터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중앙선관위원장실과 사무총장실 등 중앙선관위 10개 부서가 포함됐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투표록 위·변조와 관련해 새롭게 포착한 혐의 외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한 직무유기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 앞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공식 출범을 기념하는 내용의 현판. 연합뉴스
특검팀에 따르면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련번호가 인쇄되지 않은 이른바 '무번호 투표용지'가 전국 140여곳 투표소에 배포돼 실제 사용됐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인쇄돼 있어야 한다.
이후 중앙선관위는 선거 직후 전국 각급 선관위에 투표록을 사후 기재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를 취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표록은 선거 당일 투표용지 관리와 교부, 투표 진행 상황 등을 기록하는 공문서로, 개표가 끝나면 봉인해 당선인의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보존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의 지시를 받은 각급 선관위는 투표록에 무번호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임의로 기재하거나 투표용지 부족을 예상해 대책을 요청했다는 내용 등을 '특이사항'란에 추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번호 투표용지를 전달받았다는 내용도 사후 기재됐다.
특검팀이 이처럼 위·변조된 투표록을 확인한 투표소는 무번호 투표용지가 배포된 전국 140여곳 가운데 최소 40여곳에 이른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사후 수정된 투표록을 취합한 뒤 위·변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국회 등에 그대로 제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검팀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책임 추궁과 선거 관련 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표록이 사후 수정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제작 및 소모품 구매 사업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중앙선관위 선거기반과와 업체 사무실, 공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중앙선관위가 321억원 규모의 발급기 제작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입찰 전 사업계획을 유출하고, 계약 위반을 묵인한 데 이어 138억원 상당의 소모품까지 독점 공급할 수 있도록 구매 지침을 변경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조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전자 40% 빠졌는데 반전 온다?"…증권가서 나온 '파격 전망'
특검팀은 "이번 투표록 위·변조를 포함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