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정부에 과세 유예를 공식 제안하면서다. 당정 간 협의에 따라 과세 시점을 2029년 1월로 2년 더 늦추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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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대표 "디지털자산법 틀 먼저…유예 기간 선행 과제 마쳐야"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정과 가상자산 사업자 간담회 등을 거치며 숙고했다"며 "과세원칙과 국내 산업여건, 이용자 간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우선 디지털자산법을 제정해 전체적인 틀을 세우고 기업과 투자자의 적응 기간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가상자산 소득과세가 미뤄진 점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며 "이번에는 유예 기간을 분명하게 정하고, 해외 거래 정보 활용과 전산 검증, 납세 안내 방식 등 선행 과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이용자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관련 법률과 세제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원칙 고수하던 정부, 국감·토론회 거치며 기류 변화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여건과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이미 세 차례 연기됐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로 과세하게 된다. 정부는 조세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이유로 올해 세제개편안에 유예안을 넣지 않고 정상 시행 입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해외 거래소를 통한 세원 탈루 대책 부재와 손실 이월공제 미적용 등 제도적 허점이 집중 지적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당시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숙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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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정책 토론회에서도 문경호 재경부 소득세제과장은 "2020년 말 입법 당시와 달라진 시장 환경을 반영하고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형평성 등 글로벌 정책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국민이 납득하고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숙고 중이며 국회와 협의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당 대표가 직접 공식 유예를 요구하면서 정부 역시 기존 원칙론에서 물러서 국회 논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해외 거래 형평성·손실공제 부재…"단순 연기 넘어 대안 과세 틀 짜야"

유예론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현행 세법 체계로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과세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와 해외 거래소 간의 과세 형평성이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해외 파생상품이나 스테이블코인 같은 사각지대를 방치한 채 국내 거래소만 옥죄면 이용자와 자금의 역외 유출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제를 맡은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 역시 에어드롭이나 스테이킹 등 진화한 거래 형태를 법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도입 시차 탓에 국내 투자자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기본공제액 상향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해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차감해주는 결손금 이월공제가 불가능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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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협의를 거쳐 과세가 다시 미뤄질 경우 시행 시점은 2029년 1월이 유력하지만, 네 번째 연기가 단순한 '시간 벌기'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론자로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단순 연기가 아닌 '조건부 한시 유예'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돼 주식 양도차익으로 큰돈을 번 투자자는 비과세 혜택을 누리는데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수평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단순히 여론에 밀려 일방적으로 유예하면 조세 신뢰성만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1∼2년 내 금융투자소득 전반을 아우르는 대체 과세 틀을 언제, 어떻게 재도입할지 명확한 청사진을 내놓고 그 안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일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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