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V서 작동·1조 회 반복 구동…속도·수명 난제 해결 실마리
강유전체 계면 설계로 성능 개선…DRAM형 저전력 메모리 가능성

서울대 연구팀이 낮은 전압에서도 빠르게 작동하고 1조 회의 반복 구동에도 견디는 차세대 메모리용 강유전체 소자를 개발했다. 메모리의 동작 속도를 높이면 수명이 짧아지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개선한 것으로, 전력 소모가 적은 차세대 D램(DRAM)형 메모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박민혁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한양대, 포항가속기연구소, 삼성전자 연구진과 공동으로 초저전압·고속·고내구성 특성을 갖춘 강유전체 캐패시터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박민혁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용 강유전체 소자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나타낸 모식도. 왼쪽부터 전극과 강유전체 사이의 계면 설계를 통한 전압 손실 감소, 0.6V 저전압에서의 분극 전환, D램(DRAM)과 유사한 차세대 메모리 구조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박민혁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용 강유전체 소자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나타낸 모식도. 왼쪽부터 전극과 강유전체 사이의 계면 설계를 통한 전압 손실 감소, 0.6V 저전압에서의 분극 전환, D램(DRAM)과 유사한 차세대 메모리 구조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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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계면 설계로 속도·수명 딜레마 개선


D램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서버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메모리다. 캐패시터에 전하를 저장해 정보를 기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하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전하를 다시 채우는 '리프레시'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전력이 소비된다.

반면 강유전체 메모리는 물질 내부의 전기적 방향인 '분극'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한다. 전원을 차단해도 분극 상태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리프레시에 따른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정보를 빠르게 기록하려면 높은 전압이 필요하고, 전압을 높이면 소자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강유전체와 전극이 맞닿는 경계면인 '계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이 문제를 개선했다. 강유전체 소재로는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과 호환성이 높은 하프늄·지르코늄 산화물(HZO)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질화티타늄(TiN) 전극의 결정 방향과 표면 특성을 조절해 계면에서 발생하는 산화를 억제했다. 이를 통해 전압 손실을 줄이고 강유전체 내부의 분극이 보다 균일하게 전환되도록 했다.


0.6V 구동·1조 회 반복 시험…DRAM형 메모리 가능성


그 결과 두께 5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강유전체 캐패시터에서 0.6V의 낮은 전압으로 분극을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분극의 절반이 전환되는 데 걸린 시간은 0.6V에서 약 42나노초(ns·10억분의 1초), 1V에서는 약 8.1나노초였다.


반복 구동 성능도 확인했다. 두 전압 조건에서 모두 1조 회 반복 구동 후에도 절연 파괴가 발생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분극 상태를 구분할 수 있었다. 다만 분극 성능 저하가 20% 미만인 조건을 기준으로 하면 0.6V에서는 6000억 회, 1V에서는 1조 회의 내구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기존 강유전체 소자와 비교해 낮은 구동 전압과 빠른 동작 속도, 높은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박민혁 서울대 교수(교신저자), 김호준 한양대 교수(공동 교신저자), 권대웅 한양대 교수(공동 교신저자), 박근형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서울대 공대 제공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박민혁 서울대 교수(교신저자), 김호준 한양대 교수(공동 교신저자), 권대웅 한양대 교수(공동 교신저자), 박근형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서울대 공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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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화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캐패시터의 면적이 작아질수록 분극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실제 D램에 사용되는 수준으로 소자를 줄이면 나노초 단위의 빠른 분극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로, 실제 초소형 메모리 소자에서 검증된 성능은 아니다.


연구팀은 D램과 마찬가지로 트랜지스터 1개와 캐패시터 1개로 구성된 '1T-1C' 구조를 활용한 공통 플레이트 강유전체 메모리(CP-FeRAM)도 제안했다. 실제 측정한 소자 특성을 바탕으로 회로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저장된 전하가 감소한 뒤에도 잔류 분극을 이용해 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강유전체 메모리의 저전압·고속 동작과 내구성을 동시에 개선하고, 이를 기존 D램과 유사한 메모리 구조에 적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메모리 칩을 제작한 단계는 아니어서 고집적 회로 구현과 장기간 데이터 유지 특성 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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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극과 계면 설계를 통해 낮은 전압, 빠른 동작, 긴 수명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함께 확보하고, 강유전체 메모리의 오랜 핵심 난제였던 속도와 수명의 상충관계에 해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계면 설계와 분극 전환 원리가 저전력·고집적 메모리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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