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59평 한 채가 지난달 88억원에 거래됐다. 앞서 7월 같은 동 다른 층이 112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으니 석 달 만에 24억원이 빠진 셈이다. 같은 단지 다른 평형에서도 두세 달 만에 수억 원씩 낮춘 거래가 빈번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 건 강남권 일대를 개별 거래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가 많다. 50억원 하던 게 100억원이 됐다가 10억, 20억원 낮아진다고 해서 놀랍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사례로 든 압구정 신현대 59평짜리는 지난해 96억원 거래기록이 있다. 2024년 69억원, 2023년에는 58억원에 거래됐다. 대다수 서민이나 중산층의 삶과는 동떨어진, 극히 일부 사례가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모인 자리의 주요 화두가 되고 정책 당국자의 관심사안으로 삼을 만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은 이날 꼭 필요한 부동산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점, 집값 상승으로 득을 보는 일부 세력의 몰아가기 경향을 문제로 짚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공포매수에 압박을 느끼는 잠재 매수자를 겨냥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 매물이나 핵심지역의 실거래 추이, 담보대출 연체율, 경매건수 추이를 살펴보라는 '조언'도 남겼다.
위험한 인식이라고 본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잘못된 선택을 하는 몽매한 대중과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치 지도자 프레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지층 결집효과야 있겠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부동산 정책은 정쟁거리가 된다.
득을 보는 세력을 이분법으로 나눠 타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각자의 처지에서 합법적인 수단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두고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 본인의 표현대로 정부가 할 일은 과거엔 득이 됐더라도 이제는 그렇지 않게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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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시장이 처한 현실을 두고 "백약이 무효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이 부동산 정책을 믿지 못하게 돼서다. 제대로 알리라고 주문하기보다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낮아진 점을 안타까워하고 곱씹어보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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