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한약사 면허범위·의약품 판매 관리 허점"
한약사회 "개인 범죄를 직역 전체로 일반화해선 안 돼"
엄정 처벌엔 한목소리…"의약품 유통 관리 강화해야"

감기약 63만여정을 이용해 필로폰을 제조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을 두고 약사와 한약사 단체 간 갈등이 불거졌다. 대한약사회가 한약사의 면허범위와 의약품 판매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대한한약사회는 개인의 범죄를 한약사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필로폰 제조에 사용된 감기약. 서울경찰청

필로폰 제조에 사용된 감기약.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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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는 각각 전날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필로폰 불법 제조 사건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두 단체 모두 사건 연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사건의 원인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앞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감기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추출해 필로폰 1.36㎏을 제조한 일당 13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제조된 필로폰은 시가 42억원 상당으로, 약 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한약사 A씨는 감기약이 마약 제조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감기약 1만610통(63만6600정)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국 실장 등도 무자격 의약품 판매와 범행 방조 혐의로 검거됐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사건이 한약사의 면허범위와 의약품 판매 관리체계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한약사의 약국 외 의약품 판매와 무자격자 판매는 물론 약국 개설자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제기해 온 한약사의 면허범위 문제가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사법상 한약사의 업무범위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일반의약품이 한약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하는지 정부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 약사를 고용해 개설자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대한한약사회는 사건에 연루된 회원에 대한 엄중한 징계 방침을 밝히면서도 이를 한약사 면허제도 자체의 문제로 연결하는 데 반발했다.


한약사회는 "의약품이 마약 제조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급했다면 국민보건을 정면으로 위협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위법행위가 확인되는 대로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가능한 가장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빌미로 한약사 전체를 범죄집단인 양 매도하거나 한약사 면허제도 자체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약사회는 또 이번 사건에 약사도 연루된 점을 들어 약사회 역시 소속 회원의 위법행위에 동일한 징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직역 구성원의 일탈을 전체 직역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의약품 대량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유출과 오남용 문제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확산하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의 대량 판매 관행 역시 의약품 안전관리 측면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약사회에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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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슈도에페드린을 함유한 감기약의 전문의약품 전환 검토를 요청하고, 대한약사회에는 감기약 판매 시 주의사항 안내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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