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공산 독재 시기 비밀경찰 명단 공개
정보원 5만여명 온라인 검색·내려받기 가능
실제 정보원 15만명 추정…기록 상당수 소실

가족과 이웃, 친구를 감시해 비밀경찰에 정보를 넘긴 공산 정권 정보원 5만여명의 이름이 헝가리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헝가리 정부가 공산 정권 시기 국가보안기관에 협력한 정보원과 포섭 대상자 명단을 4일 검색 가능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공개 사이트 이름은 '열린 파일'이라는 뜻의 '니토타크타크(Nyitottaktak)'다. 지금까지는 일부 연구자와 피해자 유족에게만 열람이 허용됐지만, 이날부터는 누구나 명단을 검색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지하 수장고 '요원 파일'…A4 1.6만 6000장 분량


지난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헝가리 국가보안 역사기록보관소(ABTL)에 보관된 공산주의 시대 정보원 파일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헝가리 국가보안 역사기록보관소(ABTL)에 보관된 공산주의 시대 정보원 파일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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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되는 대상은 1945~1989년 작성된 이른바 '요원 파일'로, 헝가리 국가안보 역사기록보관소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A4 용지 1만 6000여 장 분량으로, 한 장씩 이어 놓으면 길이가 약 4.8㎞에 이른다. 명단에 오른 5만여명 가운데 신원 조회 내역과 진술서, 보고서 등 세부 활동 기록까지 남아 있는 인원은 9000명 정도이며, 전체 정보원 중 5000여명은 현재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정부는 세부 활동 기록 원문을 개인 정보 익명화 작업을 거쳐 내년 2월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실제 정보원 규모는 이번 명단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헝가리 국영 MTI통신에 따르면 공산 정권 시기 정보원은 약 15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이름이 확인된 것은 3분의 1 남짓이고 세부 파일이 남아 있는 것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1956년 혁명 당시 시위대가 비밀경찰 본부를 습격하면서 기록이 대거 사라졌고, 1960년대 초에는 주요 재판 관련 문서가 파기됐다.

헝가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점령됐고, 종전 뒤에는 소련의 영향 아래 공산화됐다. 지난 1949년 일당제 국가로 수립된 헝가리 인민공화국은 비밀경찰의 정보망으로 사회를 감시하고 반대 세력을 억압했으며, 이는 1989년 공산 독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정보원들은 가족과 이웃, 친구, 동료에 대한 정보를 넘기도록 협박과 강요를 받았고, 정권은 물질적 보상을 내걸어 이들을 포섭했다.


정보원의 감시는 집안까지 파고들었다. 미국 언론인 카티 마턴의 부모는 1950년대 부다페스트에서 AP통신과 UPI통신 기자로 일하며 공산 정권의 인권 탄압을 보도했다. 마턴은 훗날 비밀경찰 기록을 열람하다가 당시 6살이던 자신과 언니를 돌보던 프랑스인 보모가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밀경찰에 보고해 온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턴은 한 인터뷰에서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은 거의 모두 정보원이었다"고 말했다. 마턴의 부모는 결국 체포돼 수감됐고, 이후 가족은 미국으로 이주했다.


머저르 총리 공약…국가 애도일에 맞춰 공개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 AP연합뉴스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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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개는 머저르 페테르 총리가 지난 4월 총선에서 내건 공약이다. 머저르 총리는 16년간 집권한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정권을 누르고 지난 5월 친서방 성향 정부를 출범시켰다. 헝가리 의회는 지난 9월 요원 파일 등 기밀문서를 일반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개일은 당초 1956년 혁명 70주년 전날인 10월 22일이었지만, 준비 작업이 늦어지면서 11월 4일로 미뤄졌다. 터르 졸탄 문화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사회는 자신의 과거를 알 권리가 있다"고 적었다.


공개일인 11월 4일은 헝가리의 국가 애도일이다. 1956년 10월 23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대학생들이 공산 독재에 항거해 벌인 평화 시위는 11월 4일 소련군의 무력 진압으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2652명이 숨지고 1만 9226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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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산권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헝가리보다 먼저 비밀경찰 문서를 공개했다. 독일은 지난 1992년 옛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비밀문서를 공개했고, 체코와 폴란드, 라트비아 등도 2003년 이후 정보원 관련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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