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이틀 만에 10억달러(약 1조3433억원)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미 중간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대규모 해킹 사고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매도 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2거래일 동안 미국 상장 비트코인 ETF에서 총 10억4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특히 2일에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서만 4억5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경계심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옵션거래소 데리비트의 풋옵션·콜옵션 비율은 약 1.2를 기록했다. 풋옵션은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로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수단이다. 반면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가격 상승에 대비할 때 활용된다. 풋옵션과 콜옵션의 비율이 1을 웃돈다는 것은 하락 위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의미다.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FxPro 애널리스트는 "시장 전망이 어두워 최근 몇 달간 가장 중요했던 지지선을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뚜렷한 반등 계기가 없다면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미 중간선거도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등을 약속하며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가 후속 입법 과제로 추진해 온 클래리티법(Clarity Act)은 지난 9월 상원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업계가 추진하는 시장구조 법안보다 규제 강화와 조사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에 힘입어 개선됐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추가적인 가상자산 친화 법안의 통과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바이낸스가 지난달 29일 해킹 공격으로 63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한 사건도 자금 순유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의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북한은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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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물론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도 사이버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은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킹당할 수 있다면 은행은 오히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기관들이 사이버 공격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공통 보안 기준을 마련하거나 업계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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