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라톤·서울달리기서 잇따른 비극
장거리 달리기 안전 경각심

미국 뉴욕시마라톤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결승선을 불과 3.5㎞가량 남겨두고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학 시절 운동선수로 활약했던 건강한 여성이었지만, 생애 첫 마라톤 완주를 눈앞에 두고 비극을 맞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20대 여성 러너가 마라톤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만큼 장거리 달리기에 따른 건강 위험과 안전 수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뉴욕시마라톤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결승선을 불과 3.5㎞가량 남겨두고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시마라톤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결승선을 불과 3.5㎞가량 남겨두고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4일 연합뉴스는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을 인용해 지난 1일 열린 뉴욕시마라톤에 참가했다 숨진 레이철 아파(24) 씨에 대해 보도했다. 아파 씨는 대회 도중 뉴욕 센트럴파크의 약 24마일(38.6㎞) 지점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결승선까지 약 3.5㎞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이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고, 뒤이어 도착한 대회 의료진이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아파 씨는 위중한 상태로 마운트시나이 병원에 이송됐지만, 같은 날 오후 9시 40분께 끝내 숨졌다.

"이렇게 몸이 좋았던 적 없어"…아버지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아파 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루이스베리 출신으로, 버크넬대학교 재학 시절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 필드하키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직장생활과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병행하고 있었다.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한 그는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가족에게 자신의 몸 상태가 좋다고 알렸다. 아버지 스티브 아파 씨에 따르면, 딸은 14.5㎞ 지점에서 문자메시지로 컨디션이 매우 좋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좋은 느낌으로 달린 적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약 29㎞ 부근부터 그는 아버지에게 통증을 호소하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아프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아버지는 딸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처음 도전하는 마라톤인 만큼 속도를 내기보다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38㎞ 부근에서 딸의 위치를 확인하던 마라톤 추적 애플리케이션의 움직임이 멈췄다. 결승선 인근에서 딸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아파 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뒤였다. 아버지는 딸의 죽음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아파 씨가 마라톤에 참가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파킨슨병 관련 재단의 기부금 모금 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아파 씨는 생전 할아버지로부터 도전과 운동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이 밝힌 사망 원인은 '횡문근융해증'…어떤 질환이길래

아파 씨의 아버지는 의료진으로부터 딸의 사망 원인이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시 검시 당국은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한 최종 판단을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세포가 심하게 손상되면서 세포 내부의 미오글로빈과 전해질 등이 혈액으로 대량 유출되는 질환이다.

고강도 운동이나 장시간의 격렬한 신체활동, 열사병, 외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급성 신장 손상과 고칼륨혈증에 따른 부정맥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평소 운동 후 나타나는 근육통보다 심한 통증, 근력 저하, 극심한 피로감, 콜라 색이나 갈색으로 변한 소변 등이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운동 중이나 운동 후 심한 근육통, 비정상적인 피로, 짙은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AD

이번 사건은 지난달 국내에서 발생한 마라톤 참가자 사망 사고와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6 서울달리기(서울레이스)'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20대 여성 참가자 유지원 씨가 달리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유 씨는 이날 오전 8시 49분께 하프 코스 20.6㎞ 지점에서 의식을 잃었다. 하프마라톤 전체 거리인 21.0975㎞ 가운데 결승선까지 불과 500m 정도를 남겨둔 지점이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유 씨는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튿날인 12일 숨졌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러닝 동호인들과 지인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사고 직후 온라인에서 고인이 퇴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잘못된 소식이 퍼지기도 했으나, 지인이 이를 바로잡으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건강한 사람도 예외 아니다…마라톤이 위험해지는 순간

마라톤은 심폐지구력과 체력을 기르는 운동이지만, 42.195㎞를 달리는 동안 신체에는 상당한 생리적 부담이 가해진다. 특히 충분한 훈련 없이 장거리를 달리거나 평소 운동 강도를 크게 뛰어넘는 속도로 달릴 경우 근육과 심혈관계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장거리 달리기 도중 주의해야 할 응급질환으로는 횡문근융해증 외에도 운동 관련 심정지, 열사병, 심한 탈수, 저나트륨혈증 등이 꼽힌다. 심정지는 기저 심장질환이나 부정맥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열사병은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서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가 손상되는 응급질환이다.

마라톤은 심폐지구력과 체력을 기르는 운동이지만, 42.195㎞를 달리는 동안 신체에는 상당한 생리적 부담이 가해진다. 특히 충분한 훈련 없이 장거리를 달리거나 평소 운동 강도를 크게 뛰어넘는 속도로 달릴 경우 근육과 심혈관계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라톤은 심폐지구력과 체력을 기르는 운동이지만, 42.195㎞를 달리는 동안 신체에는 상당한 생리적 부담이 가해진다. 특히 충분한 훈련 없이 장거리를 달리거나 평소 운동 강도를 크게 뛰어넘는 속도로 달릴 경우 근육과 심혈관계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수분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탈수를 피해야 하지만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의식 저하와 경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 중 갑작스러운 흉통, 실신할 것 같은 느낌, 심한 어지럼증, 비정상적인 호흡곤란, 극심한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면 기록이나 완주에 집착하지 말고 즉시 달리기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의식을 잃고 정상적으로 호흡하지 않는 참가자가 발생하면 신속한 119 신고와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