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총선은 세계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정권교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정당이 아닌 대학생들이 주도한 시민연합 '학생명부(Student List)'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 집권을 앞두고 있다. '젠지(Generation Z:1997~2012년 출생자)정부'의 탄생이다.
이번 선거가 특별한 이유는 학생들이 12년 장기집권 부치치 정부를 끌어내렸기 때문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기존 정당에 합류해 정치권에 진출하는 전통적 경로를 따르지 않았다. '학생명부'를 조직한 학생들은 단 한명도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 학생명부는 지도자도 없다. '학생총회'라 불리는 내부 평의회에서 후보들을 뽑았다. 교수, 의사, 경제전문가, 농민 등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리스트를 작성했다. 리더도 없고 정당도 아닌 학생명부가 집권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세르비아 선거법에 있다. 선거법상 정당을 창당하지 않고도 시민그룹의 자격으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제출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세르비아는 모든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세르비아 '학생 명부(Student List)'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니콜라 파시치 광장에 있는 세르비아 공화국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학생명부의 시작은 거리 시위였다. 2024년 철도역 붕괴사고를 계기로 정부의 부패와 부실한 국가 운영에 대한 분노였다. 학생들은 '밤늦게 귀가해도 안전한 나라', '부패 척결과 법치 회복' 등 '민생과 정의' 어젠다를 내세워 지지층을 넓혔다. 세르비아 학생운동은 '거리 시위'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투표를 통한 제도권 장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계 학생·청년 운동 역사에 새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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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총선 결과는 최근 유럽 전역의 학생 시위에 영감을 주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지난 1일 독일에서 'Z세대가 해결한다'라는 이름의 청년 단체가 집회를 열었다. 청년세대의 시위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한 좌절감이 깔려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 상·하위 20%가 보유해 거주하는 집값의 차이가 무려 300배에 달하는 한국에서도 청년세대의 불안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세르비아 학생운동은 준엄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시위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며, 조직적인 투표 참여와 대안 제시를 통해서 비로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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