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쪽짜리' 벤처 규제완화, 풀 거면 제대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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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무 대상을 창업 5년차 스타트업까지 확대해줬지만 투자유치 이력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그것도 개인투자조합으로 국한한 건 지극히 비현실적입니다."


최근 열린 한국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정부의 벤처투자 규제 개선 조치가 시장에서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이같이 짚었다. 엑셀러레이터(AC)의 초기기업 의무투자 요건을 완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현장에서 실질적인 자금 집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AC는 벤처투자법상 초기창업기업에 투자금액의 40%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적 한계로 자금조달 기회를 놓친다는 지적을 반영해 벤처투자법을 개정한 바 있다. AC의 의무투자 인정 대상 기업을 창업 3년 미만에서 5년 미만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AC가 의무투자 비율을 맞추려면 창업 5년 미만 기업 중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곳'만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를 받고 데스밸리를 넘기 위해 후속투자가 절실한 기업은 기존 투자 이력 탓에 AC 투자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딥테크 스타트업이 업력 4~5년차에 도달할 때까지 외부자금의 수혈 없이 독자 생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AC의 투자기구를 개인투자조합으로만 한정한 점 역시 정책 실효성을 무력화한다. AC가 창업 5년 미만 투자유치 이력이 없는 기업에 투자하려면 '개인투자조합으로만' 투자해야 한다. 벤처투자조합으로 투자 시 투자의무 비율을 인정받지 못한다.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투자 규모도 비교적 작다. 출자금 1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개인투자조합과 출자금 20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벤처투자조합의 규모 차이를 고려할 때 연구·개발(R&D)에 수십~수백억원이 필요한 딥테크 분야를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투자만 허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


벤처캐피털(VC)이 투자를 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시장 현실과 거리가 멀다. 초기 기업 투자는 18.9%에 불과했다. 매출지표가 뚜렷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은 일반 VC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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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풀 거라면 시장의 자금 수요와 현장의 메커니즘에 맞춰야 한다. 의무투자 대상만 늘려놓고 정작 자금 물꼬는 좁힌 정책으론 체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벤처투자조합 활용 허용과 투자 유치 이력 제한 완화처럼 시장의 숨통을 실질적으로 트이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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