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얼굴까지 찍으면 어떡해요"…머리하러 온 중국인 때문에 퍼진 '내 얼굴'[르포]
시술 생방송…직원·손님 얼굴 무단 노출
명동·홍대 곳곳 촬영 갈등…통역사 고용
업주 "외국인 고객 매출 반갑지만 부담 커"
"손님 머리 하다가 왜 제 얼굴까지 온라인에 노출돼야 하나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중국인들이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 한복판에서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거리 라방을 넘어 미용실과 메이크업숍 등 매장 내부까지 촬영이 확산하고 있다. 박호수 기자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미용실에서 일하는 헤어디자이너 이나라씨(23)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중국판 틱톡 더우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얼굴이 담긴 영상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 중국인 고객이 파마와 염색을 받는 2시간30분 동안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한 뒤,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올린 것이었다. 영상에는 이씨가 머리를 손질하는 모습은 물론 귓가에 꽂은 무전기로 동료 직원과 나누는 대화까지 그대로 담겼다. 해당 영상들의 누적 조회수는 10만회를 훌쩍 넘겼다.
K뷰티 열풍으로 한국 미용실과 메이크업숍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현장 곳곳에서 이른바 '라방 몸살'을 앓고 있다. 스마트폰 거치대와 조명 장비까지 챙겨 온 중국인 인플루언서와 관광객들이 시술을 받는 내내 생방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홍대입구역 인근의 유명 뷰티샵, 중국에서 온 왕추씨(26)는 메이크업을 받으며 스마트폰을 향해 쉴 새 없이 중국어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섀도 팔레트와 립스틱을 카메라 앞에 비추며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뒤편에 앉아 있던 다른 고객들의 모습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옆자리에서 머리를 말리던 고객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직원이 다가가 "다른 손님 얼굴이 나오지 않게 각도를 조금만 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메이크업 실장 최모씨(31)는 "한 번 방송을 켜면 시술이 끝날 때까지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손님 얼굴까지 화면에 잡히는 일도 흔하다"며 "중국인 손님이 늘면서 이런 갈등을 중재하는 일이 많아져 중국어 통역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했다"고 말했다.
명동과 성수 등 서울 주요 상권의 미용실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명동의 한 대형 헤어숍은 거울마다 '타인 촬영 및 라이브 방송 금지' 안내문을 한글과 영어, 중국어로 부착했다. 하지만 안내문만으로는 촬영을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약 단계부터 시술 과정을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히는 고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뷰티·의료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여성 비중은 62.4%였으며 20~30대가 전체의 절반가량(49.8%)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카드 소비액 중 피부과 시술, 메이크업, 헤어 등이 포함된 의료·웰니스 업종 비중은 16.6%였다.
서울 명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씨(44)는 "중국인 고객들의 소비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방송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다고 무조건 제지하기도 쉽지 않다"며 "외국인 손님 덕에 매출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오래된 국내 단골 손님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도 외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영상이 플랫폼으로 퍼진 뒤에는 삭제를 요청해도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피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도 이미 영상이 확산된 경우가 많고,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틱톡코리아 관계자는 "본인의 초상권이 침해된 사실을 확인한 이용자는 틱톡 개인정보 보호 포털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신고하고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처리 기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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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라이브 방송이 민형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태영 법무법인 도아 변호사는 "다른 고객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해 생중계하거나 게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업주의 정당한 퇴거 요구에 불응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면 업무방해죄나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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