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1명당 2000원씩"…'내가 그런 게 아닌데?' 이름만 빌려주는 韓 전담여행사들
[헐값에 팔리는 한국여행]-④中 단체관광 관리 '구멍'
전담여행사 명의 대여·적자 영업
서류 중심 갱신평가에 단속 한계
불편신고 5건 중 3건 처리불가
운영사·가이드 사전등록 필요
지난 7월13일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신고가 접수됐다. "한국 여행 중 쇼핑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점심 식사와 호텔 복귀 차량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관광객은 부당한 처우를 호소했지만 신고는 '처리불가'로 종결됐다. 국내 여행사 이름과 일정표를 확인할 수 없어 책임 업체를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행 중 기본적인 서비스가 중단됐는데도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14일 밤 서울 동대문 두타 앞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도로변에 모여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쇼핑 실적과 여행경비 정산 문제로 관광버스 운행이 중단되면서 3시간 넘게 숙소로 이동하지 못했다. 김희윤 기자
초저가 중국 단체관광상품의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를 지정하고 2년마다 갱신평가를 실시하지만 명의를 빌려 실제 관광단을 운영하는 업체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일반 여행업체를 직접 조사하거나 처분할 권한이 없고,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현장조사가 실제 계약·정산 관계를 어디까지 확인하는지도 불분명하다. 관광객 유치부터 현장 운영, 피해 구제까지 책임 주체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신고 5건 중 3건 처리불가…책임 공백
아시아경제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접수된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사 관련 불편신고는 5건이다. 이 중 3건은 신고 대상 업체를 특정하지 못해 처리불가로 분류됐다. 쇼핑 강요와 가이드의 모욕적 언행, 고가 건강식품 구매 후 환불 요구 등도 해결되지 못한 사례에 포함됐다.
반면 여행사가 확인된 나머지 2건은 환불과 사과 등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3월5일 접수된 일정 외 쇼핑점 방문 및 리뷰 강요 신고는 KATA로 이송돼 여행대금 전액 환불과 가이드 교육 권고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7월1일 접수된 카페리 여행상품의 부실한 좌석 안내 신고도 여행사 측의 사과와 환불을 확인한 뒤 종결됐다. 책임 업체를 확인할 수 있느냐에 따라 피해 구제 결과가 달라진 셈이다.
처리되지 못한 3건이 전담여행사 명의대여와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관광객을 유치한 업체와 실제 여행 일정을 운영하는 업체가 다른 거래는 국내 여행업계에서 종종 이뤄지고 있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을 유치할 때마다 전담여행사에 2000원을 지급한다. 전담여행사로 지정받지 못해 자격을 갖춘 업체의 명의를 빌리는 대가다. A씨는 "처음에는 한 명당 3000원씩 냈는데 지금은 2000원씩 낸다"고 말했다. A씨가 직접 제시한 계좌이체 내역에서도 관련 송금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명의를 빌려 관광객을 유치하더라도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중국 송출여행사로부터 충분한 지상행사비를 받지 못하면 국내 업체가 숙박·차량·식사비를 부담하고 쇼핑 수수료로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쇼핑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 손실은 국내 업체가 떠안는다.
A씨 역시 관광단을 운영하면서 적자가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 송출사는 적자를 보면서 관광객을 보내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국내에서 손님을 받는 여행사"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쇼핑시설에서 수수료를 미리 받아 운영비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기대한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선지급금을 갚기 위해 다시 관광단을 유치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관광객 유치 실적이 명의를 빌려준 전담여행사에 쌓이지만 숙박·차량 계약과 현장 일정은 다른 업체가 맡을 수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업체와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달라지면서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2년마다 갱신평가…명의대여 적발에 한계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는 문체부가 지정하며 유효기간은 2년이다. 기간이 만료되면 갱신평가를 거쳐 자격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평가에서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실적에 30점, 지방관광·고부가 상품 운영 실적에 35점 등을 배점했다. 유치 인원은 법무부의 업체별 단체사증·무사증 발급 실적 등을 활용해 산정한다.
문제는 서류상 유치 실적과 실제 운영업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담여행사 명의로 관광객을 입국시킨 뒤 비지정 업체가 숙박·차량·가이드 업무를 맡더라도 유치 인원만으로는 명의대여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
문체부 관계자는 "갱신평가는 전담여행사의 지정 기간을 2년 연장할지 판단하는 절차여서 명의대여 여부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위법행위가 의심되면 별도의 조사를 거쳐 지정취소 등 행정처분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평가 과정에서 정산자료 등을 교차 확인하고 있지만, 올해는 명의대여를 의심할 만한 뚜렷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위법행위가 확인돼 전담여행사 지정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7월21일 보도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치 사건과 관련해 문체부는 해당 전담여행사의 지정을 8월 말 취소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광객 방치 행위가 여행업 질서를 해쳤다고 판단해 처분했으며, 보도와 더불어 관련 제보를 접수해 조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명의대여를 적발하는 데는 행사 관련 서류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2024년 한 전담여행사의 행사 지시서에서 비지정 여행사 이름이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문체부는 두 업체의 관계와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한 뒤 같은 해 5월 해당 전담여행사의 지정을 취소했다. 이 업체는 현재도 처분을 둘러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14년에도 전담여행사 명의로 관광객을 유치한 뒤 실제 국내 여행은 비지정 업체에 맡긴 여행사 3곳이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문체부에 따르면 명의만 빌려주는 업체는 관광단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 정산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유치 실적과 법인 계좌의 수입·지출 내역을 대조하면 명의대여가 의심되는 거래를 찾아낼 단서가 된다.
하지만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위반 의심 업체가 계좌 거래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강제로 확보하기 어렵고, 정기 갱신평가에서도 모든 업체의 자금 흐름을 조사하지는 않는다.
KATA는 올해 9~10월 전국 중국 전담여행사 130곳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방문조사를 추진했다. 공개된 조사 항목은 업체 운영현황과 대표자, 연락처, 주소 등 기본정보다.
문체부는 이번 조사를 갱신평가와 별도로 업체의 실제 영업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지정·관리에 활용할 자료를 확보하는 경영 실태조사로 보고 있다. 다만 방문조사에서 관광단의 실제 운영업체와 계약·정산 관계를 어느 범위까지 확인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지정 자격과 영업 현황을 점검하는 절차는 있지만, 관광단의 실제 운영과 자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는 셈이다.
"명의대여 책임 강화"…사전등록제 제안
KATA는 명의를 빌려준 전담여행사와 실제 관광단을 운영한 업체 모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전담여행사를 대상으로 명의대여 방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관련 사례를 발견하면 제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사후면세점 앞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행사에 의해 장시간 방치돼 있다. 여행사 측이 남은 관광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나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독자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초저가 관광상품의 수익구조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KATA 관계자는 "중국 송출여행사가 국내 전담여행사에 정당한 지상행사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요구하는 관행이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관광객 피해가 발생하면 국내 전담여행사가 최소한의 숙박·교통·식사를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KATA는 지난 6월 관광객 일정 중단 사건 당시 현장을 방문해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체부에 해당 업체의 처분을 요청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자체 지원 관광상품에 한해 현지 판매가격과 쇼핑시설 방문 횟수, 유자격 가이드 고용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한다. 필요하면 암행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문제가 발견된 업체에는 지원 제한이나 향후 사업 참여 배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 다만 일반 여행업체의 위법행위를 직접 조사하거나 행정처분할 권한은 없다.
전문가들은 전담여행사 지정 여부뿐 아니라 관광단을 실제로 운영하는 업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형택 선문대 관광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실제 여행상품 운영주체와 관계없이 지정 전담여행사에도 연대책임을 묻고, 명의대여가 적발되면 지정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행상품 출발 전 가이드와 차량, 하도급 내역을 전산에 등록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관광객을 안내할 가이드와 차량 제공업체를 미리 파악해 실제 운영업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관광객이 책임 업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임 교수는 "관광객에게 전담여행사와 관광가이드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배포해 피해 발생 시 해당 업체를 즉시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쇼핑 수수료 거래에는 표준계약서와 국세청 연계 전자세금계산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현금 정산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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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유치 실적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여행상품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서류상 전담여행사와 실제 운영업체가 다른 구조를 들여다보고, 계약·정산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적어도 관광객이 피해를 신고했을 때 책임질 여행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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