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
출산·육아 공백 '수임 지속성' 상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유명무실
"오후 2시 제왕절개 수술인데 낮 12시까지 일했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내내 노트북을 붙들고 있었고, 출산한 지 37일도 안 돼 구치소 접견을 갔습니다."
단독 개업을 거쳐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인 여성 변호사 A씨(변호사시험 7회)가 털어놓은 출산 당시의 기억이다. 주요 로펌들이 출산·육아 지원제도를 앞다퉈 확대하고 있으나, 현장의 체감 온도는 차갑다. 사건과 의뢰인을 단절 없이 관리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출산과 육아로 인한 공백이 곧바로 '수임 지속성'의 상실로 이어진다. 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상당수 여성 변호사들이 파트너 승진을 위한 핵심 트랙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업무 대체가 유연한 사내변호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젊은 MZ세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육아휴직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대형 로펌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최근 3년간 주요 대형 로펌의 누적 육아휴직자는 법무법인 지평 31명(현재 9명), 세종 30명(6명), 율촌 26명(4명), 광장 25명(6명) 등으로 남성 변호사들의 참여와 함께 꾸준히 늘고 있다.
지평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을 파트너 심사시 근속연수에 산입하는 등의 보완책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제도의 외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하다. 법무법인 원은 현재 4명이 육아휴직 중이지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실제 이용자는 전무하다.
대형 로펌의 한 여성 파트너 변호사는 "통상 5~6개월 정도가 현실적인 휴직 한계선이어서 1년 이상 자리를 비우기는 어렵다"며 "복귀 후에도 절대적인 투입 시간이 줄어들면 평가나 핵심 사건 배당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누적된 부담은 결국 여성 변호사들의 진로 선택을 바꾼다. 파트너 변호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사건 수임과 탄탄한 기업 고객 관리, 즉 수임의 지속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개월의 공백은 네트워크의 단절을 낳고, 복귀 후에도 밤샘 야근과 돌발 일정이 일상화한 핵심 부서의 강도를 버텨내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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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변호사는 "파트너 트랙에 오르려면 수임의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출산과 육아를 거치는 여성 변호사에게 이 장벽이 높다"고 했다. 다른 대형 로펌 파트너는 "복귀 이후에도 유연한 근무가 허용되지 않는 로펌의 조직 문화가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일정한 사내 법무팀으로의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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