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원 체코 원전 시공계약 갈등 격화…정부·한수원·대우건설 '책임 공방'
한수원 "계약조건 이견 커"…신규 시공사 선정 추진
대우건설 "수천억 손실 감수했는데 일방적 결렬" 반발
산업부 "기업 간 협상 중재 권한 없어"…갈등 해소 난항
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이 시공계약 협상 결렬 이후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시공사 측이 공사비와 계약조건에 관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협상을 종료했다는 입장인 반면, 대우건설은 수천억 원의 손실까지 감수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일방적으로 협상이 중단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마저 기업 간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 국가적 원전 수출사업의 차질을 막기 위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달 29일 한수원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협상 종료를 선언한 이후 격화하고 있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를 선정해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우건설은 정부 중재를 통한 재협상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번 갈등에서 정부와 한수원, 대우건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산업부는 법적 중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고, 한수원은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을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추가 공사에 따른 위험을 시공사에 과도하게 전가했다고 주장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9일 제출한 수정 제안서에서 증가한 공사 물량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지 않았다. 또 2024년 입찰 제안서 제출 이후 확인된 추가 업무를 최종 계약금액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에도 별도 계약으로 처리해 달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수원은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해 협상을 종료했으며, 내년 7월까지 경쟁입찰을 통해 신규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협상 종료 과정 자체가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은 전날 입장문에서 "10월29일 오전 수정된 협상안을 통해 공사비 총액을 삭감하고 물량 증가 일정 부분도 수용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출 30여분 만에 한수원의 적극적인 검토도 없는 일방적인 결렬 선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고 반발했다.
대우건설은 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가 증가한 공사 물량과 추가 업무에 따른 위험을 공사비 조정 없이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7월 한수원의 사전작업착수지시서에 따라 시공 및 인허가 업무를 진행하면서 수백억 원을 정산받지 못한 채 선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협약 해지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나아가 대우건설은 8년간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해 온 시공사와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기존 협약 해지를 추진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부가 직접 양측의 협상 과정과 최종 제시안을 검토해 재협상을 중재해 달라는 요구도 이러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양측의 책임 공방이 길어질수록 사업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 선정을 통해 사업 일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은 기존 컨소시엄에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새로운 건설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투입 비용 정산과 협약 종료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신규 시공사 선정과 별개로 추가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기업 간 협상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체코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양측에 원활한 협상을 촉구해왔지만,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간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제51조는 주무기관의 감독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사업 수행을 감독할 수는 있지만 개별 계약조건이나 체결 여부를 강제할 권한과는 구분된다. 다만 법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중재와 당사자 간 협상을 주선하는 행정적 조정은 별개인 만큼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의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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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양측 간 공사비를 둘러싼 이견이 상당히 큰 상황에서 정부가 중재를 통해 결론을 내릴 경우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공식 중재 요청이 접수되더라도 기본적으로 계약 당사자 간 협의할 문제인 만큼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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