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기업대출 900조원 돌파…대기업 20% 늘 때 자영업자 0.6%↑
5대 은행 올해 기업대출 55.7조원 늘려
기업대출 증가액 중 대기업 비중 62.9%
대·중소기업 대출금리 격차 0.26%P로 확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을 확대한 데다 기업들도 금리 부담이 큰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60% 이상이 대기업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 대출이 지난해 말보다 20% 넘게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은 3%대, 개인사업자 대출은 0%대 증가에 그치며 기업 규모별 자금 조달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900조4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44조7254억원에서 55조6771억원(6.59%) 증가한 규모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9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기업대출 증가세는 대기업 대출이 주도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70조2992억원에서 지난달 말 205조3072억원으로 35조80억원(20.56%)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674조4262억원에서 695조953억원으로 20조6691억원(3.06%) 증가했다. 이로써 올해 기업대출 증가액 가운데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2.9%에 달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액이 중소기업의 약 1.7배에 이르면서 기업대출 확대의 온기가 기업 규모별로 고르게 퍼지지 않은 모습이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세는 더욱 부진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24조4325억원에서 지난달 말 326조3709억원으로 1조9384억원(0.6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대출 전체가 6% 넘게 증가하는 동안 자영업자 대출은 사실상 제자리에 머무른 것이다.
전월 대비로도 기업대출은 지난 9월 말(891조5365억원)보다 8조8660억원(0.99%)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로는 2024년 6월(1.00%)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은 201조4634억원에서 205조3072억원으로 3조8438억원(1.91%)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690조731억원에서 695조953억원으로 5조222억원(0.73%) 증가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325조9494억원에서 326조3709억원으로 4215억원(0.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이 한 달 새 5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 셈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차주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 등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4.37%,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4.63%로 나타났다. 2024년 12월 0.05%포인트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금리 격차는 지난해 12월 0.16%포인트로 확대된 데 이어 1년도 안 돼 0.26%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자영업자도 대출 유형에 따라 높은 금리 부담을 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26~4.56%,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53~6.01%에 이른다. 5대 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까지 범위를 넓히면 평균 금리가 6%를 넘는 곳도 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도 은행들의 대출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상환 여력이 약해진 중소기업이 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단순 평균 0.60%로 전 분기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1분기(0.65%) 이후 9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전체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5%에서 0.49%로 0.04%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0.08%에서 0.18%로 상승해 2021년 2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대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에는 중앙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과 회생절차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반영돼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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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 조달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행 연 3.00%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은행채 등 조달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도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은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대기업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증대출을 확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출을 늘려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지역 신용보증재단 등이 정책대출을 확대해 주는 것이 은행권과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부담을 모두 낮추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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