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전주·시총’ 칼날에 멀쩡한 기업도, 개미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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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해 초 증시 건전화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도입한 '동전주·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가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 없이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결과는 예견됐다.


당국은 제도 도입 당시 "미국 나스닥도 주가 1달러 미만이면 퇴출한다"며 선진 시장 사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조악한 '반쪽짜리 베끼기'에 불과했다. 나스닥은 동전주 퇴출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최대 360일에 달하는 넉넉한 유예기간과 독립적인 청문 패널을 통한 소명 기회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 당국은 이의신청이나 실질심사 같은 최소한의 방어권마저 박탈한 채 기계적인 숫자 몇 개로 기업을 단두대에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법원 결과가 예견된 건 기업의 회생을 돕기는커녕 '미리 죽이고 보는'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주가나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순간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져 극심한 낙인효과와 투매가 쏟아진다. 이런 환경에서 '90일 중 45거래일 연속 기준 회복'이라는 가혹한 족쇄를 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침체나 일시적 수급 왜곡으로 주가가 짓눌렸을 뿐, 본업에서 묵묵히 흑자를 내며 실적을 일궈내는 알짜 기업들마저 대외 신인도를 잃고 도매금으로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실적과 펀더멘털을 철저히 묵살한 결과다.


그 칼날의 끝은 고스란히 힘없는 소액주주를 향한다. 시총이 낮고 주가가 싼 종목일수록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자구 노력이나 해명 한 번 제대로 듣지 못한 채 피땀 흘려 모은 자산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부실 경영진을 벌하려다 애꿎은 개미들만 사지로 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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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제도의 본질은 정교한 '옥석 가리기'에 있어야 한다. 주가와 시총이라는 형식적 잣대로 숨통을 끊을 게 아니라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한 실질 심사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적을 내고 사업적 가치를 입증하는 기업들은 충분한 소명 기회와 유예기간을 부여해 살려내야 한다.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고 멀쩡한 곡식까지 갈아엎는 우를 더는 범해선 안 된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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