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정처 "2029년 31조 돌파"
수급 축소 백지화, 찔끔 인상 그쳐
전문가 "기준중위소득 전환 서둘러야"

기초연금 지출이 정부 예상보다 1년 앞당겨진 2029년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득 하위 70%라는 수급 기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부부 감액 완화와 직역연금 수급자 일부 편입 등으로 지출 소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올해 추진하려다 무산된 수급 기준 개편 등 구조개혁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을 찾은 시민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을 찾은 시민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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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상보다 1년 빠른 '기초연금 30조원 시대'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6~2030년 NABO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기초연금 국비 지출은 2029년 31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2030년에는 3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지출 전망치 30조862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30조원 돌파 시점도 정부 예상보다 1년 빠르다. 예정처는 2026~2030년 기초연금 지출이 연평균 10.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전망치인 연평균 6.8%를 크게 웃도는 속도다.


예정처는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와 함께 소득수준별 3구간 차등 지급, 저소득층(소득 하위 0~45%) 부부 감액 완화, 저소득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에 대한 지급 확대 등 내년도 개편안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매년 3조4000억~4조6000억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기초연금 지출 30조 첫 돌파 1년 앞당겨져…"구조개혁 서둘러야" 원본보기 아이콘

재정 부담을 키우는 근본 원인은 급속한 고령화와 수급 기준의 경직성이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5년 200만명에서 2025년 706만명으로 10년 만에 3.5배 수준으로 늘었다. 2050년에는 13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을 유지하면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지출 규모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급 대상자를 가르는 선정기준액도 빠르게 높아졌다. 2015년 기준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이던 선정기준액은 2025년 기준중위소득의 93%까지 상승했다. 기준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이다. 노인들의 소득과 자산 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수급 범위는 소득 하위 70%로 고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노인에게까지 재정이 투입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혁 후퇴, 고령층 민심 의식했나…연금특위 논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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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초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80% 수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의 수급을 줄이고 저소득층에 재원을 집중하는 이른바 '하후상박' 방식이다. 하지만 수급 대상 축소를 담은 개편안은 발표 직전 무산됐다. 대신 내년도 개편안에는 소득 하위 30% 노인에게 월 38만원, 30~45% 구간에는 월 35만9000원, 45~70% 구간에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차등 지급 방안이 담겼다. 수급 범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저소득층에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두고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고령층의 반발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구조개혁을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으로의 전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중위소득 기준으로의 전환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차등 지급을 먼저 안착시킨 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과 협의해 대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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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수급 기준 개편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급 대상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꾸는 것은 예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선순위가 높았던 사안인데, 돌연 무산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소득 하위 70% 수준까지 포괄하더라도 기준중위소득으로 전환해 놓으면 향후 노인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수급 대상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계층에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기초연금 개편 문제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정치권에서는 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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