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해변에 문 연 '바다의 전화'
4년 전 유람선 침몰로 20명 사망·6명 실종
"유족들 마음 드러낼 안전한 장소 됐으면"
4년 전 바다에서 실종된 가족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부스가 일본 홋카이도 해변에 생겼다.
2일 연합뉴스는 일본 아사히신문과 구시로신문 등을 인용해 "시레토코반도를 마주한 홋카이도 라우스초 해변에 지난 1일 '바다의 전화'가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유람선 참사 4년…수색 이어온 어민이 세운 전화 부스
이 전화 부스는 지난 2022년 4월 23일 일어난 '시레토코 유람선 침몰 사고'의 희생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시레토코반도를 도는 유람선 '가즈원'이 악천후 속에 승객과 승무원 26명을 태운 채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명이 숨졌고 6명은 지금도 찾지 못했다.
설치를 이끈 것은 라우스초 어민 사쿠라이 겐지(63) 씨와 유족 A(54)씨다. 사쿠라이 씨는 사고 이후 자원봉사로 실종자 수색을 이어왔고, A씨는 전처와 사고 당시 7세였던 아들을 아직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부터 반년 넘게 지역 어민 등 약 20명과 함께 부스를 지었다. 사쿠라이 씨는 "사고 4년이 지나도록 위령비가 세워지지 않았고 세워질 기미도 없어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각의 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부스는 높이 약 2m로, 안쪽은 하늘을 떠올리게 칠했다. 부스 안에는 다이얼식 검은 전화기와 마음을 적을 수 있는 노트가 놓였고, 벽에는 "여기에서 당신의 마음이 파도를 타고 소중한 사람에게 닿기를…"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부스 옆에는 바다를 향해 나무 레일을 깔았다. 기차를 좋아했던 A씨의 아들을 위한 것으로, 말이 하늘까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바람의 전화'서 착안…"미처 하지 못한 말 전해주길"
부스가 문을 연 1일 A씨는 직접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잘 지내? 보고 싶어"라고 말을 건넸다. 이어 "내가 슬프지 않게 하려고 발견되지 않은 것 맞지?"라고 물었다. A씨는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여기에 오면 조용히 두 사람을 생각하고 마음을 보낼 수 있다"며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 가족은 물론, 친구와 지인도 부담 없이 들러서 전하지 못했던 말을 전화로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쿠라이 씨는 "소리 내어 말을 거는 건 어렵다. 자기 방에서도 어렵다. 그걸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남겨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족들이) 마음속의 생각을 드러낼 안전한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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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전화'는 이와테현 오쓰치초의 '바람의 전화'에서 착안했다. '바람의 전화'는 지난 2011년 정원 디자이너 사사키 이타루 씨가 세상을 떠난 사촌과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자택 정원에 설치한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족을 잃은 이들이 찾기 시작해 방문객이 3만 명을 넘었고, 지난 2020년에는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이 출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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