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 없이 4개 대륙 가로지른 탐험가
구금·총기 위협 속 실제 걸은 기간만 15년
"우리 모두 상상 이상을 성취할 수 있어"

28년 동안 교통수단을 한 번도 타지 않고 걷고 헤엄쳐 지구 반 바퀴 이상을 돈 영국 탐험가가 고향에 돌아왔다. 4개 대륙을 가로지른 거리만 4만 9890㎞다.


영국 모험가 칼 부시비가 28년간의 세계 일주 여정을 마치고 2일(현지시간) 고향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영국 모험가 칼 부시비가 28년간의 세계 일주 여정을 마치고 2일(현지시간) 고향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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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BBC방송과 AFP통신 등을 인용해 "낙하산 부대원 출신 탐험가 칼 부시비(57)가 지난 1일 잉글랜드 북부 험버교를 건너 고향 헐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길을 나선 지 꼭 28년 되는 날이었다.

생일 카드 한 장으로 시작된 28년 도보 여정


부시비가 출발한 것은 29세였던 지난 1998년 11월 1일이다. 결혼 생활이 끝나고 아내가 아들과 함께 북아일랜드로 떠난 해였다. 계기는 아버지에게 받은 생일 카드였다고 한다. 카드에는 영국 특수부대원 두 명이 '런던에서 베링해협을 거쳐 뉴욕까지 걸어갈 수 있는가'를 두고 논쟁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짐은 텐트 하나와 500달러, 값싼 플라스틱 카메라가 전부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때 교통수단을 쓰지 않고, 여정을 마치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원칙 두 가지를 정했다. 경로는 남미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따라 북상한 뒤 베링해협을 건너 러시아로, 다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졌다.

부시비가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다리엔 갭'에서 몸을 앉힌 모습. 칼 부시비

부시비가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다리엔 갭'에서 몸을 앉힌 모습. 칼 부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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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난관은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다리엔 갭'이었다. 약 320㎞에 이르는 정글을 빠져나오는 데 두 달이 걸렸다. 파나마에 들어선 뒤에는 비자 없이 입국했다는 이유로 18일간 구금됐다. 지난 2006년 3월 베링해협 횡단에는 14일이 걸렸다. 폭은 약 90㎞였지만 바람에 떠밀리는 유빙 때문에 실제로 이동한 거리는 약 240㎞였다고 한다. 밤사이 텐트 바닥의 얼음이 갈라져 급히 빠져나온 적도 있다. 해협을 건넌 직후에는 불법 월경 혐의로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구금됐다. 부시비는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 구간을 '최대 고비'로 꼽으며 "북극곰에겐 꿈 같은 곳이지만 인간에겐 악몽"이라고 말했다.


부시비는 베링해협 횡단을 최대 고비로 꼽았다. 칼 부시비

부시비는 베링해협 횡단을 최대 고비로 꼽았다. 칼 부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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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후 바다를 두 번 더 헤엄쳐 건넜다. 지난 2024년에는 영국 여권으로 이란과 러시아를 지나기 어려워지자 카스피해를 택했다. 수영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로 카자흐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한 달가량 헤엄쳤다. 밤에는 지원 보트에서 쉬었지만, 보트로 전진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5일에는 프랑스에서 영국해협을 헤엄쳐 건너 영국 도버 인근 셰익스피어 해변에 도착했다. 부시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8년 만에 집에 왔다"며 "우리가 해냈다"고 환호했다.


1000명 환호 속 귀향…"나 혼자 이룬 일 아냐"


28년 가운데 실제로 걸은 기간은 약 15년이었다. 나머지 기간은 각종 변수로 여정이 멈춘 시간이다. 멕시코에서는 총으로 위협을 받았고,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때마다 멕시코에 마련한 거점으로 물러나 비자 문제를 풀고 기업·언론 후원을 확보한 뒤, 중단했던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걸었다.


부시비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게 21세기의 오디세이 모습"이라며 "절반은 환경의 문제이고 나머지 절반은 행정적, 지정학적 문제였다. 때로는 그냥 기다리는 게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부시비의 귀향에 인파가 몰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부시비의 귀향에 인파가 몰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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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이튿날인 2일 고향 도심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약 1000명이 모였다. 단상에 오른 부시비는 "28년이 흘러 이보다 더 바랄 게 없다"며 "나 혼자 이룬 일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해 우리가 직면한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역구 하원의원인 칼 터너 의원이 대신 읽은 축하 메시지에서 그의 "용기와 회복력, 인내, 불굴의 정신"을 치켜세웠다.


환영식을 마친 부시비는 몇 ㎞를 더 걸어 어머니 앤절라의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와는 지난 2015년 이후 처음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들 애덤(36)과도 재회했고 처음 보는 손녀(12)와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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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귀향길에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르초크와 촬영팀이 함께했다. 헤르초크 감독은 이 여정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인생의 걸음(Walk of Life)'을 만들고 있으며, 제작사는 지난 16년간 부시비에게 자금과 물류를 지원해 왔다. 부시비는 성명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상상 이상의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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