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가 50도 펄펄" 음식 다 썩어… '식량 테러'에 유럽 마트 쑥대밭
프랑스 이어 벨기에·스웨덴 해킹 피해
해커들, 델레이즈·카르푸 냉장설비 조작
보안 취약성 드러나…식품 폐기 불가피
지난달 프랑스에 이어 이달 벨기에와 스웨덴 등 유럽 슈퍼마켓의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해킹 공격이 연이어 발생했다. 식품 유통망의 보안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이번 사태를 식량 공급을 방해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규정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가디언·DW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한센 EU 농업·식량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 전역의 슈퍼마켓 냉장·냉동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EU의 식량 공급을 방해하고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식품 폐기와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실질적인 문제"라고 우려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이번 사태가 디지털 위협이 시민들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사이버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공격으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등에서 슈퍼마켓 냉장고와 냉동고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피해가 잇따랐다. 해커들이 냉장 설비를 원격으로 조작해 성에 제거 모드로 전환하면서 내부 온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슈퍼마켓 체인 델레이즈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벨기에 전역의 약 40개 매장과 룩셈부르크 일부 매장에서 냉장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카르푸 벨기에 역시 전체 700여개 매장 중 15곳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냉장고와 냉동고 온도가 15도까지 올라 직원들이 긴급 출근하거나 냉장 트럭을 동원해 식품 보존에 나섰다.
스웨덴에서도 대형 슈퍼마켓 체인 ICA와 쿠프의 일부 매장에서 냉동고 온도가 치솟았다. ICA의 한 매장은 냉동고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이 밖에 네덜란드의 소형 식품점 최소 17곳, 아일랜드의 슈퍼마켓 13곳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보고됐다. 에스토니아의 슈퍼마켓과 벨기에 이케아 매장 내 식당도 영향을 받았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약 700개 슈퍼마켓의 냉장 설비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은 사건과 유사하다. 덴마크 엔지니어링업체 댄포스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슈퍼마켓의 냉동 설비 해킹 사건에 자사 냉동 제어 시스템이 연루됐다고 밝혔다.
벨기에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스웨덴 국가사이버보안센터도 자국 슈퍼마켓의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잇단 공격을 조사하고 있다. 존 빌로 스웨덴 국가사이버보안센터장은 최근 조사에서 외부 공격에 노출된 산업용 제어장치가 상당수 발견됐다며 보안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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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사한 공격이 발생한 프랑스에서도 파리 검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청(ANSSI)은 덴마크 댄포스 외에 다른 업체 2곳의 냉장 설비 제어장치도 공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나 개인은 없으며, 각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동일한 세력의 소행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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