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서 SK브로드밴드 보도제작본부장
"일을 더 하자고 만든 시스템"
저녁 뉴스 하나 만들던 인력이 다섯 편 제작
시청자 고지는 최소한, 내년 가이드 예정

SK브로드밴드가 지역 뉴스 제작에 인공지능(AI)을 쓰는 범위는 영상 제작과 송출까지다. 기사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맡는다. 애초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지역방송의 기능 확장에 주안점을 두고 도입했다.


박인서 SK브로드밴드 보도제작본부장/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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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서 SK브로드밴드 보도제작본부장은 2일 중구 퇴계로 남산소월타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도입 배경으로 지역방송의 인력 한계를 꼽았다. 지역방송 뉴스를 제작하려면 부조와 스튜디오, 아나운서까지 최소 7~8명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박 본부장은 "여건상 하루에 한 번밖에 제작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아침에 좋은 기사나 속보가 있어도 내보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력 한계를 풀 해법이 AI 기반의 1인 제작이었다. 2023년 AI 아나운서 제작을 시작으로 PD들과 논의하며 제작 환경 자체를 AI로 옮아갔다. 그 결과 지난해 큐시트 기반 솔루션 'B tv AI-스튜디오'를 완성했고,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방향을 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내부 공감대 형성이었다. 박 본부장은 "방송이 각자 전문 분야가 모여 공동 작업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보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AI 활용 준칙을 세워 사람과 AI의 업무부터 구분했다. AI는 반복 업무인 영상 제작과 송출을 담당하는 도구로 두고, 기사 작성과 저녁 뉴스 제작은 기존대로 사람에게 맡겼다. 구성원과 이 기준에 합의하는 데만 한 분기가 걸렸다.

Btv AI 스튜디오 제작 현장/SK브로드밴드.

Btv AI 스튜디오 제작 현장/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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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단계로 확대할 가능성을 묻자 박 본부장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사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에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야 뉴스에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탐사보도의 데이터 분석이나 시청자 의견 수집에 AI를 쓰는 방안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오류는 뉴스 송출 전 검수로 거른다. AI-스튜디오로 만드는 콘텐츠는 생방송이 없어 확인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제작 단계를 지나면 PD가 전 과정을 검토하고, 송출실에서 다시 확인 절차를 밟는다. 박 본부장은 "인간이 관여하는 세 단계에서 모두 이상이 없어야 전파를 탈 수 있다"며 "AI는 사람이 쓴 기사와 사람이 만든 리포트를 큐시트로 순서만 배열할 뿐, 보도 내용에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화면만으로 AI 아나운서인지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AI 제작 사실을 알리는 고지는 현재 최소한의 수준이다. AI 기본법에 따라 뉴스를 시작할 때 AI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을 짧게 알린다. 올해까지는 정부의 계도 기간이다. 내년에는 AI 콘텐츠 가이드가 마련될 수 있다. 박 본부장은 AI 제작 구간 동안 화면 왼쪽 상단에 워터마크를 띄우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가공돼 유통되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AI가 만든 영상 전체에 표시가 들어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인서 SK브로드밴드 보도제작본부장/SK브로드밴드.

박인서 SK브로드밴드 보도제작본부장/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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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와 고지 절차를 두면서도 AI를 쓰는 이유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산량이다. 박 본부장은 "AI-스튜디오의 경제적인 효과는 없다. 줄이려는 게 아니라 일을 더 하자고 만든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저녁에 뉴스 하나를 만들던 사람이 하루 다섯 편 이상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지상파라면 비용 절감으로 읽힐 수 있지만, 자원이 모자란 지역방송에선 기능 확장이 더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SK브로드밴드는 높아진 생산성을 저녁 뉴스의 심층 보도와 지역민 참여 프로그램에 할애할 계획이다. 정시 뉴스를 도입한 초기 목적이 속보성이었다면, 이제는 저녁 뉴스를 차별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자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사업계획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대담 등 지역민 참여 프로그램을 늘려 지역사회의 공론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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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튜디오의 활용 범위는 자사를 넘어 타 방송사로 넓어질 수도 있다. 복수 케이블 방송사에서 시스템을 확인하고 도입 의사를 밝혀왔다. 박 본부장은 "케이블 방송사의 사업 권역이 겹치지 않아 지역별로 나눠 써도 괜찮을 것 같다"며 "고도화가 끝나면 구독 형태로, 초기 투자 없이 지원 여부를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방송 본래의 지향점인 지역 소통·참여 기능을 살리는 데 AI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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